[6차 촛불집회]집결장소-이동경로 실시간 공유… 동행자 공개모집하고 인증샷 올려 “긍정적 시위문화 확산 계기”
촛불집회 참여 인파에서 매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배경의 한 축에 ‘스마트 집회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회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행동 방향을 정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사람들은 집회가 열리기 1, 2일 전 스마트폰 메신저로 지인들과 집결 장소 및 이동 경로를 미리 상의하고, 현장에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시로 집회 정보를 공유하며 행동 방침을 스스로 정했다. 더 나아가 집회에 동행할 참여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는 혼자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던 사람들까지 거리로 불러 모으는 효과를 냈다. 3일 효자치안센터를 혼자 찾은 이인호 씨(21)는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글을 보고 집회 관련 정보와 행진 경로, 주변 편의시설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혼자 오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집회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가 이번 촛불집회에서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 우리 국민의 근본적 의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SNS를 통한 시위 참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엔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성숙해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비폭력’ 기조를 확산 및 정착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소 교수는 시민들의 양상이 곤충들의 ‘스워밍(swarming·한 가지 목표를 향해 군집해 움직이는 현상)’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현재 집회 참여자의 면모가 겉으로는 불특정 다수가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참여자 내부에는 질서가 자리 잡혀 있다”며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이자 온 국민이 이번 집회의 기조에 동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 사이에서 ‘탈물질주의’적 성향이 더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탈물질주의란 물질적 가치도 중요하게 보지만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주로 서유럽 국가에서 관찰되는 가치 체계다.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는 “정치 참여 행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태도는 탈물질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라며 “죽기 살기로 저항했던 과거의 집회문화와는 또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