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6년만에 FA컵 포옹
“우리가 챔피언” 축구협회(FA)컵에서 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선수들이 3일 결승 2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수원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생각으로 선수들과 하나로 뭉친 덕분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MVP 수원 염기훈
○ ‘천당과 지옥’ 오간 서정원 감독
FA컵 결승 2차전 후반 추가 시간 FC서울의 역전골이 터지자 서정원 수원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다.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수원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관중 3만5037명·FA컵 역대 3위)에서 비겨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1-2로 패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이때 서 감독은 ‘악몽이 반복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수원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뒷심 부족’으로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하며 승리를 놓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7월 2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2골을 내주며 1-2로 패한 뒤에 구단 버스를 가로막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K리그 4회 우승을 차지한 ‘명가’ 수원은 2014년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운영비가 축소돼 전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 시즌에는 스플릿 라운드 제도 도입(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하위 리그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은 끝에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서 감독은 “FA컵 우승에도 실패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책임에서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6년간 우승에 목말라했던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린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수원은 3억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획득했다. 서 감독은 “예산이 축소된 탓에 핵심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팀을 지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ACL에 진출한 만큼 어느 정도 선수층을 갖춰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구단이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의 FA컵 우승을 결정짓는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수원 골키퍼 양형모. 뉴시스
○ 운명 갈린 승부차기
프로축구 최대 라이벌 수원과 서울은 승부차기도 명승부였다. 양 팀은 5명씩 승부차기를 하고도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후 서든데스에 돌입했지만 팀당 4명이 추가로 나설 때까지 실패한 선수는 없었다.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마지막 10번째 키커로 골키퍼들이 나섰다.
한편 결승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수원 주장 염기훈은 FA컵 MVP에 선정됐다. 그는 FA컵 사상 최초로 2차례 MVP를 차지한 선수가 됐다. 서울 공격수 아드리아노는 결승 2차전에서 1골을 추가해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35골)을 세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이승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