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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2017년 달력의 고민

입력 | 2016-12-05 03:00:00


 이탈리아 타이어 회사 피렐리의 달력은 해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톱모델들과 저명한 사진작가를 섭외해 예술적인 세미누드 달력을 내기 때문이다. 올해는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몸매 대신 오노 요코 등 자기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이 있는 여성들이 옷을 입은 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2017년도 달력도 파격적이다. 헬렌 미렌 같은 원로 여배우부터 케이트 윈즐릿, 니콜 키드먼 같은 스타들이 화장기 없는 민낯을 공개했다. 

 ▷내년도 중국 달력의 포인트는 황금연휴가 될 것 같다. 당국이 발표한 2017년 법정공휴일 일정에 따르면 국경절(10월 1일) 연휴가 8일로 늘어났다. 중추절 연휴와 맞물리면서 올해보다 하루 더 늘어난 연휴인지라 인민들의 해외여행 지출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과 일본이 황금연휴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엔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10월 2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열흘 연속 쉬는 것도 가능하다.

 ▷새해가 한 달도 안 남았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흔히 볼 수 있던 홍보용 달력을 보기 힘들어졌다. 사실 달력과 다이어리 업체들은 요즘 마음고생이 자심하다. 김영란법 여파로 주문이 대폭 줄어든 데다 대통령 선거일에도 변수가 생긴 탓이다. ‘최순실 게이트’만 없었다면 내년 12월 20일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홍보를 위해 달력과 다이어리 제작업체와, 이 상품들을 주문할 만한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대선 날짜 표기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날짜가 불투명해지는 바람에 제작 업체도, 주문 기업도 이미 찍어 놓은 달력을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직까지 달력 제작을 미룬 곳도 있다. 현실이 암담하니 한 해의 끝자락이 어떻게 닥쳐왔는지도 모르겠다. 거리에 나서도 세밑의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혼돈의 정치가 우리의 일상에도 상처를 남기고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