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엑소(EXO) 팬클럽 엑소엘(EXO-L) 측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엑소도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올해의 앨범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지만 팬들은 BTS의 수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우리 오빠들이 BTS 따위에게 올해의 가수상을 뺏기다니….” 엑소 광팬인 초등생 조카가 울분을 토해내는 동안 BTS 팬인 이웃 여고생은 “우리가 얼마나 탄압을 받았는데… 오빠들이 모함과 악플을 딛고 해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외모면 외모,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연예기획사가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의 경쟁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오늘날 케이팝 전성기를 만든 원동력은 아이돌 문화를 소비해주는 팬덤이다. 틴에이저가 주축인 극성팬의 성원과 응집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도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오빠들이 뇌에 구멍이 날지 모른다”며 거리로 나온 동방신기 팬클럽이 발단이 됐다. 세계가 신기해하는 한국적 현상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