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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탄엑(방탄소년단-엑소) 전쟁

입력 | 2016-12-06 03:00:00


 올해 8회를 맞는 2016 MAMA(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의 화제는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눈물이었다. 리더 랩몬스터가 “안 될 거라는 분들도 많았는데 우리를 믿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는 도중에 멤버들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다. BTS는 팬클럽 아미(ARMY)에게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같은 시간 엑소(EXO) 팬클럽 엑소엘(EXO-L) 측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엑소도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올해의 앨범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지만 팬들은 BTS의 수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우리 오빠들이 BTS 따위에게 올해의 가수상을 뺏기다니….” 엑소 광팬인 초등생 조카가 울분을 토해내는 동안 BTS 팬인 이웃 여고생은 “우리가 얼마나 탄압을 받았는데… 오빠들이 모함과 악플을 딛고 해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외모면 외모,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연예기획사가 만들어낸 아이돌 그룹의 경쟁력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오늘날 케이팝 전성기를 만든 원동력은 아이돌 문화를 소비해주는 팬덤이다. 틴에이저가 주축인 극성팬의 성원과 응집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도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오빠들이 뇌에 구멍이 날지 모른다”며 거리로 나온 동방신기 팬클럽이 발단이 됐다. 세계가 신기해하는 한국적 현상이다.

 ▷아이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잘못을 옹호하고 응원 경쟁을 하는 것까지는 스트레스에 찌든 청소년의 하위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는 걸 넘어 다른 가수를 공격하고 누구 팬이냐에 따라 편 가르기와 따돌림이 만연하는 건 걱정스럽다. 어른들 사이에서 추구하는 이념과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면 서로 말도 안 하고 밥도 안 먹는 현상이 아이들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탄핵 정국 이면에서 벌어지는 ‘탄엑 전쟁’ 현상과 의미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에겐 타인의 취향까지 비판할 권리는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