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 D-3]靑실장 ‘4월 퇴진 수용’ 대리선언
분위기 무거운 친박 최고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앞줄 가운데)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청와대에 ‘내년 4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한광옥 비서실장의 ‘대리 선언’
친박계 지도부는 5일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6일 의원총회에 앞서 당론으로 채택한 박 대통령 4월 조기 퇴진에 대한 입장을 청와대가 빠른 시간 안에 표명해 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정현 대표가 바로 청와대에 연락해 (이런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가 그것(4월 퇴진)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허원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당론이 확정된 1일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당원의 한 사람으로 당론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당론이 확정된 1일 박 대통령이 이미 ‘4월 조기 퇴진’을 수용했다는 얘기다.
○ 청와대, ‘탄핵 이후’ 대비하나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접 조기 퇴진을 선언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대리 선언’을 선택한 셈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4차 담화를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담화나 기자회견의 내용을 두고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어차피 9일 탄핵안 처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여기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탄핵 찬성 의원을 ‘35명+α(플러스알파)’로 보고 있다. 야권 및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 등 172명을 합쳐 탄핵 가결정족수(200명)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당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면 우리 당도 참여해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는 게 맞다. 이 대표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본회의 집단 거부 등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선택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박 대통령이 6일 새누리당 의총 상황 등을 지켜보며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한 실장의 ‘대리 선언’이 자신의 뜻임을 분명히 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