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 D-3]탄핵안 가결에 다걸기한 야권
촛불로 ‘탄핵’ 글자 만든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5일 오후 6시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든 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禹 “상황은 유동적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의원총회에서 거듭 “9일 탄핵 가능성은 50 대 50이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가 넘어왔다고 탄핵이 될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들의 입장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며 “거기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은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댈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며 “그때 정치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부결 책임에서 면탈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광장정치가 정당정치를 삼켜 무정부 상태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민주당 지도부도 휩쓸려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탄핵 외길을 걷게 된 야권은 24시간 탄핵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일 본회의 전까지 10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의원들의 ‘탄핵버스터(탄핵+필리버스터)’, 국회 경내에서의 촛불집회, 심야농성 등을 계속하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국회 경내 잔디밭에 9일 오전까지 ‘탄핵 가결’을 위한 텐트를 300개(재석 의원 수) 친다는 목표로 ‘텐트 농성’에 들어갔다.
○ ‘그날 이후’ 로드맵 어떡하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현재로선 탄핵에 집중하고 있다”며 “탄핵 이후 로드맵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결되면 당내에선 국회를 스스로 해산하자는 각오로 임하자는 의원들의 의견도 있다”며 “그런 것까지 포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탄핵에 대한 강한 의지는 천명했지만 제1 야당이 탄핵 가·부결 상황에 뒤따르는 ‘플랜B’는 없음을 사실상 고백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전후 민주당이 할 일에 대한 의견이 적잖게 나왔다고 한다.
또 탄핵안이 통과됐을 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주문도 나왔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모든 것은 탄핵안이 처리되는 9일 이후 논의하자. 그 전에 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탄핵 이후는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그때 ‘황교안 체제’는 큰 변수가 아니다”며 “촛불 민심도 ‘헌법재판소 결정 빨리 하라’란 압박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