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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창덕]다른 길 가는 3형제 노조

입력 | 2016-12-06 03:00:00


김창덕 산업부 기자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베른하르트슐테와 현대미포조선 간 7500m³급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수주계약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강원식 미포조선 노조위원장이 회사 측 인사와 함께 참석했다. 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안정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과 정확한 납기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10월 노조 소식지를 통해 “노조도 일감 확보에 모든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힌 것을 대외적으로 재차 확인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모회사 현대중공업 노조와 비교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먼저 짚어두고 싶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독립 기업노조다. 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돼 있다. 이 중 미포조선 노조는 민노총 산하 기업노조이고, 삼호중공업 노조는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의 지회로 활동하고 있다.

 3개 계열사 노조가 이처럼 뿔뿔이 흩어진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2002년 인수한 삼호중공업(당시 한라중공업)의 노조는 이전부터 금속노조 아래에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은 나란히 민노총에만 가입돼 있었다. 2004년 2월 협력업체 직원의 분신자살을 놓고 상급단체와 갈등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해 9월 민노총에서 탈퇴했다. 그때 미포조선 노조는 민노총에 남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5년부터 19년간 한 차례도 파업하지 않았다. 노사가 수주에 함께 나서는 모습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2005년 1월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인도를 앞두고 발주처인 엑손모빌에 감사편지를 썼다. 추가 수주에 도움이 되길 원해서였다. 2006년 1월과 2013년 8월에는 당시 노조위원장이 외국에서 열린 수주계약식에 참석했다.

 노조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2013년 10월 강성으로 꼽힌 정병모 위원장이 당선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바통을 이어받은 백형록 위원장도 정 전 위원장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을 강행했다. 2014년 노사협상은 해를 넘겨 이듬해 2월 타결됐고 작년에도 12월 말에야 도장을 찍었다.

 올해 노사협상 역시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로지 20일로 예정된 ‘민노총 재가입’ 찬반 투표에만 주력하고 있다. 5월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상은 이미 후순위로 밀려났다.

 민노총 재가입은 노조가 판단할 문제다. 민노총 산하에 있다고 무조건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것도 아니다.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이 9, 10월에 각각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다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우선순위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노사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조선소에 무리하게 일감을 맡길 선주는 많지 않다. 2007년 148척을 수주했던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실적이 고작 11척뿐이라는 건 노조도 잘 알고 있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