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기자
현대미포조선 노조의 이런 움직임은 모회사 현대중공업 노조와 비교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먼저 짚어두고 싶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독립 기업노조다. 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모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돼 있다. 이 중 미포조선 노조는 민노총 산하 기업노조이고, 삼호중공업 노조는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조의 지회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5년부터 19년간 한 차례도 파업하지 않았다. 노사가 수주에 함께 나서는 모습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2005년 1월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인도를 앞두고 발주처인 엑손모빌에 감사편지를 썼다. 추가 수주에 도움이 되길 원해서였다. 2006년 1월과 2013년 8월에는 당시 노조위원장이 외국에서 열린 수주계약식에 참석했다.
노조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2013년 10월 강성으로 꼽힌 정병모 위원장이 당선되면서부터다. 지난해 10월 바통을 이어받은 백형록 위원장도 정 전 위원장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파업을 강행했다. 2014년 노사협상은 해를 넘겨 이듬해 2월 타결됐고 작년에도 12월 말에야 도장을 찍었다.
올해 노사협상 역시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로지 20일로 예정된 ‘민노총 재가입’ 찬반 투표에만 주력하고 있다. 5월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상은 이미 후순위로 밀려났다.
민노총 재가입은 노조가 판단할 문제다. 민노총 산하에 있다고 무조건 노사갈등이 격화되는 것도 아니다.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이 9, 10월에 각각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