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그레고리 림펜스 벨기에 출신 열린책들 해외문학팀 차장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약간 괴짜다. 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관찰하고 현실을 통해 문학을 본다. 현재를 예견한 옛날 소설을 찾아내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 있으면 그 일을 예측했던 책을 찾아 그 작품이 얼마나 예언적이었는지 해석하는 식이다. 오래전에 출간된 도서일수록 더 그렇다. E B 화이트의 1948년 작품 ‘이것이 뉴욕이다(This Is New York)’에는 도시를 파괴하는 비행기가 나온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 책이 갑자기 주목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요즘 미국의 정치 상황 때문에 부활하고 있는 고전이 하나 있다. 싱클레어 루이스(1885∼1951)의 ‘여기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다(It Can’t Happen Here)’.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미국인이다. 노벨 문학상을 1930년에 받았고 이 소설은 1935년에 출간됐다.
버즈 윈드립 후보는 무서울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와 비슷하다. 둘 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 주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소수 집단과 이민자를 비난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을 보면 루이스를 예언자로 보게 된다. 윈드립처럼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소설이 다시 잘 팔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6년 11월 28일자 ‘뉴요커’지에서 데이비드 렘닉이라는 기자가 ‘여기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It Happened Here)’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참고로 루이스의 소설에서 윈드립 대통령은 완전한 독재자가 된다. 미국이 포퓰리즘을 통해 전체주의 국가가 된다는 이야기다. 교훈은 민주주의가 생각보다 부서지기 쉽다는 점이다. 아무도 모르는 것은 트럼프의 의도다.
트럼프는 생각과 행위를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 아무도 모른다. 아마 본인도 모를 것이다. 트럼프가 하는 말을 들을수록 그의 머릿속에 뭐가 있는지 불투명하다. 아기 같기도 하다. 최근에 트럼프는 아주 실용적인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 “그나마 다행”이란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재임 기간을 낙관적으로 기대할 이유는 아닌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에 제일 무서운 게 두 가지다. 트럼프 수행단에 과학 전문가가 많지 않아 환경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우선 두렵다. 또 이민자와 소수 인종이 사회적 희생양이 될 위험이 높다. 미국 내 소수 집단의 기본권 보호는 어떻게 될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그레고리 림펜스 벨기에 출신 열린책들 해외문학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