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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단속-처벌 강화에… 올해 교통사고 사망 400명 감소

입력 | 2016-12-06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20>사망자 줄이기 캠페인 효과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4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교통사고로 3433명이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09명보다 376명(9.9%) 줄어든 것이다. 음주운전과 보행 사망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덕분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가 약 4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0.8%(875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2.2%(176.8명) 감소에 그쳤다.


○ 음주운전 사망 26년 만에 400명 밑으로

 올 4월 검찰과 경찰은 ‘음주운전사범 처벌 및 단속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구형 기준을 강화하고 동승자 등 방조범도 적극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은 지난해보다 53.6%(3798건)나 늘었다. 상습 음주운전자 21명을 구속하고 방조범 110명을 입건했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음주운전 사고로 502명이 숨졌지만 올해는 322명으로 무려 180명(35.9%)이 줄었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도 4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400명 밑으로 떨어진 건 1990년 379명이 마지막이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2000년 1217명 이후 16년 만에 3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보행 사망자도 크게 줄었다. 특히 경북 경주경찰서, 전남 여수경찰서 등 전국 6개 보행안전 시범 경찰서 관할에서는 보행 사망자가 39.8%나 줄었다. 사고 발생의 원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찰과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따라 교통사고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

 도심 제한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도 넓어졌다. 해외 선진국처럼 도로 폭에 따라 ‘30·50·70(km)’으로 제한속도를 단순화해 과속으로 인한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올해 전국 이면도로 4890곳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시속 30km 구간’을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이유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도심 주행속도가 1.6km만 낮아져도 사고를 5%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고속도로 사망자는 증가

 어린이 안전은 오히려 후퇴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통학버스 사고 사망자는 8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줄었다. 하지만 전체 어린이 사망자(62명)는 오히려 5명(8.8%) 늘었다. 원인은 어른들의 부주의였다. 올 10월까지 차량 탑승 중 숨진 어린이 29명 중 20명이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40% 수준인 카시트 착용률을 두 배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참사, 울산 경부고속도로 언양 갈림목 참사 등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세버스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32명에서 올해 43명으로 34%나 늘었다. 다만 전체 사업용 버스의 사망자는 10.3%(16명) 감소했다. 속도제한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한 채 폭주하는 대형차량을 집중 단속한 결과다. 일등공신은 고속도로 암행순찰차였다. 암행순찰차 단속 구간에선 교통사고가 29.6%, 사망자가 34.2%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고속도로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199명)보다 10.1%(20명) 늘었다.

 초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692명에서 10.3%(71명) 줄었다. 그러나 81세 이상은 오히려 13.6%(9명) 증가했다. 사고는 20.7%(161건)나 늘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그룹장은 “버스와 택시 운전사 등 생계 때문에 운전대를 놓을 수 없는 80세 이상 초고령 운전자가 늘고 있어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망자 감소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회에 발이 묶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낮추는 법안은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된 뒤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일부 의원이 “아직 0.05%인 나라도 많다”며 개정에 신중한 탓이다.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폐기된 전례가 있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 법안은 “승객이 착용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는 택시업계의 반대 의견 탓에 아직 여론 수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그룹장은 “택시는 예외 조항으로 하거나 운전사에게 하차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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