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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모차르트와 브람스에서 느끼는 황혼

입력 | 2016-12-06 03:00:00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어제(12월 5일)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225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791년 9월 초부터 모차르트는 몸에 이상을 느꼈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로 익숙한 죽음의 미사곡 ‘레퀴엠’을 포함해 작곡의 손길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해 10월에는 친구 안톤 슈타들러가 의뢰한 클라리넷 협주곡을 썼습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평원의 황혼 장면에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긴 클라리넷 선율이 이 작품의 느린 2악장입니다.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모차르트도 자기 인생의 황혼을 예감하고 있었을까요? 이 곡을 완성한 직후 그는 결국 병상에 눕게 됩니다.

 음악 속의 황혼을 얘기하자면 모차르트가 만년을 보낸 빈에서 한 세기 뒤 활동한 요하네스 브람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혼’과 직접 결부되는 그의 작품을 꼽자면 휴가지인 뵈르터 호수의 황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교향곡 2번이 대표적이지만,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느린 2악장도 한껏 명상적인 황혼의 정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첫 주제, 오보에가 한껏 애수 띤 노래를 펼쳐내는 두 번째 주제 모두 그렇습니다.

 12월입니다. 큰 문제지 하나를 받아든 듯이 시작했던 한 해도 거대한 황혼을 향해 다가가고 있군요. 누구에게나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한 해였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보람보다 아쉬움의 무게가 더 크게 가슴에 얹혀 있을 듯합니다. 저기 붉게 저무는 해는 다시 어둠을 거두어내면서 밝고 찬란하게 떠오르겠죠. 한 해 동안 거둔 보람은 내일을 위한 동력으로, 아쉬움도 더 나은 이후를 위한 교훈으로 삼아 나간다면 한 해를 정리하는 마음도 조금은 덜 아쉽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에 소개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은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곡들입니다. 31세의 젊은 프랑스 지휘자 알렉상드르 블로슈가 지휘봉을 들고, 20세의 떠오르는 클라리넷 명인 김한이 협연합니다. ‘황혼’ 얘기로 시작했지만 콘서트를 이끌 얼굴들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젊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