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 연주자 김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평원의 황혼 장면에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긴 클라리넷 선율이 이 작품의 느린 2악장입니다. 이 작품을 쓰는 동안 모차르트도 자기 인생의 황혼을 예감하고 있었을까요? 이 곡을 완성한 직후 그는 결국 병상에 눕게 됩니다.
음악 속의 황혼을 얘기하자면 모차르트가 만년을 보낸 빈에서 한 세기 뒤 활동한 요하네스 브람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황혼’과 직접 결부되는 그의 작품을 꼽자면 휴가지인 뵈르터 호수의 황혼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교향곡 2번이 대표적이지만,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느린 2악장도 한껏 명상적인 황혼의 정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첫 주제, 오보에가 한껏 애수 띤 노래를 펼쳐내는 두 번째 주제 모두 그렇습니다.
앞에 소개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은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곡들입니다. 31세의 젊은 프랑스 지휘자 알렉상드르 블로슈가 지휘봉을 들고, 20세의 떠오르는 클라리넷 명인 김한이 협연합니다. ‘황혼’ 얘기로 시작했지만 콘서트를 이끌 얼굴들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젊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