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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고려인삼 먹으면 몸에 열 난다? 7년간 실험해보니 ‘사실 무근’

입력 | 2016-12-07 03:00:00

한용남 서울대 교수, ‘승열 작용’ 실체 밝혀




 “인삼만 먹으면 몸에 열이 난다”거나 “열이 많은 체질이라 인삼은 내 몸에 맞지 않는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삼계탕을 먹을 때 인삼을 빼놓는 사람도 있다. 소위 고려인삼의 ‘승열(乘熱) 작용’이라 일컬어지는 이 말들은 과연 사실일까.

 천연물 과학과 생약 분야 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한용남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이학 박사)는 과학적 임상실험을 통해 승열 작용의 실체를 밝혀냈다. 7년간 이어진 이 실험의 결론은 “고려인삼이든 화기삼이든 인삼을 먹었을 때 체온의 변화는 없으며, 사람들은 단지 주관적인 열감을 느낄 뿐”이라는 것. “인삼 섭취 후 열감은 우리가 밥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든든한 느낌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박사의 설명이다. 또 “주관적으로 느끼는 열감은 인삼으로 인한 신진대사 활성화에 따른 것으로, 이는 인삼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 체온은 그대로인 채 혈류량과 혈류속도만 증가한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고려인삼은 북미지역에서 재배한 화기삼에 비해 인체의 대사 작용을 더 활발히 촉진시키며, 화기삼은 고용량을 섭취할 경우 이런 작용이 오히려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려인삼이 화기삼보다 효능 면에서 월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그동안 몰랐던 승열 작용의 실체


 한 박사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7년간 정부 지원과 함께 자비를 들여 임상연구를 지속했다. 대상군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20, 21세의 건강한 남성 88명을 대상으로 했다. 질환이 있는 사람과 월경으로 신체 조건에 영향을 받는 여성은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 제외시켰다. 실험결과, 고려인삼과 화기삼 모두 체온 변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체온이 변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상체온에서 0.1도와 0.3도의 진폭 사이를 오가는 정도였다. 오히려 두 인삼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고용량을 복용할수록 정상체온보다 체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혈류량, 혈류속도는 고려인삼과 화기삼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고려인삼의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 박사는 “이는 고려인삼이 그만큼 신진대사가 더 잘된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려인삼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난다’는 헛된 정보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한 박사는 이에 대해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북미권의 화기삼은 기업형, 공장형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모든 공정이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지는 고려인삼에 비해 가격이 싸다. 약효 면에서도 화기삼에 비해 고려인삼이 월등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세계 인삼이 모이는 홍콩시장에서 고려인삼은 명품 대접을 받는다. ‘고려인삼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난다’는 소문은 업자들이 고려인삼을 깎아내리기 위해, 중국 고문헌을 이용해 고려인삼의 승열 작용에 대한 헛된 정보를 퍼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은 “고대 중국의 의학문헌에 ‘고려인삼은 온(溫)하고 화기삼과 전칠삼(중국삼)은 량(凉)하다’는 말이 나온다. ‘온’이나 ‘량’은 약물의 성격이나 성질, 즉 약성(藥性)을 가리키는 말로, 달다 씁쓸하다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화기삼을 생산하는 북미 영어권 사람들은 이를 ‘따뜻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인 웜(warm)과 ‘서늘하다’는 뜻의 콜드(cold)로 번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험으로 밝혀졌듯이 고려인삼이 몸에 열을 내게 한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다. 한 박사는 “이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세계무대에서 고려인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려인삼의 성분 분석으로 밝힌 ‘승열 작용’

 고려인삼과 화기삼에 대한 고문헌의 언급은 현대과학에서도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온이나 량의 개념을 단순히 열을 올리느냐 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닌, 한 박사의 실험에서처럼 중추신경계에 두 가지 인삼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이는 두 인삼의 대표적 약리 성분인 사포닌의 성분 구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포닌 성분은 화학구조의 특성에 따라 크게 중추신경계를 진작(進爵)시키는 PPT(Protopanaxatriol) 계열과 진정시키는 PPD(Protopanaxadiol) 계열로 구분하는데, 고려인삼에는 PPT 계열의 사포닌 성분인 Rg1이 화기삼에 비해 50% 이상 많이 들어 있다. 이에 비해 화기삼에는 PPD 계열의 대표격인 Rb1이 고려인삼보다 최소 3∼4배 더 많다. 더욱이 고려인삼에는 Rb1 23%, Rg1 19%, Re 15%, Rc 12%, Rb2 11% 등 인삼 사포닌의 주요 약효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는 반면 화기삼은 Rb1 49%, Re 26%로 전체 사포닌 성분의 75%를 차지한다. 고려인삼에는 약리 성분이 골고루 분포해 있어 중추신경계에 대한 진작과 진정 작용이 적절히 조절되는 반면 화기삼은 진정 작용을 하는 성분이 월등히 많은 셈이다.

 고려인삼이 함유한 각 성분은 중추신경 흥분 및 억제 작용, 단백질 합성 촉진, 부신피질호르몬 분비 촉진, 인슐린 유사 작용, 해독 작용, 항염증, 혈소판 응집 억제, 항암 작용 등 많은 효능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 한 박사는 “Rg1은 특히 손상된 기억력의 회복과 인식 기능 향상 그리고 두뇌 회전과 기억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