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성인 ADHD 환자의 80% 이상 불안·우울·충동장애 등 동반 아동청소년기와는 증세 달라 과도한 계획·집중부족 등 증상
3년 전 우울증을 진단 받은 직장인 신 모씨(27·여)는 계속되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 최근 방문한 병원에서 우연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체크리스트를 해보고 ADHD 진단을 받게 됐다. 소아 및 청소년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인 줄 알았던 신 씨는 성인도 ADHD일 수 있고 본인의 우울증이 ADHD로부터 시작된 동반질환임을 알게 됐다. 기저 질환인 ADHD를 적극적으로 치료하자 3년간 본인을 괴롭혀 온 우울증도 점차 호전을 보여 적극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신 씨와 같이 ADHD는 오랜 기간 아동청소년의 질환으로 인식돼 왔으나, 실제로 50∼65%는 어른이 돼서도 증상이 지속되는 신경정신질환이다. ADHD는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성인 ADHD 환자는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동 환자의 증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성인 환자는 일반적으로 시간과 물건 관리에 서툴고, 특정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시간 내에 업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과다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운전을 하는 경우엔 참을성 부족으로 위험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곤 한다”고 주요 증상을 설명했다.
동반 질환 많아 알아채기 어려운 성인 ADHD
성인 환자가 소아청소년에 비해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은 동반되는 질환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인 ADHD 환자의 80% 이상이 불안, 우울, 반사회적 인격 장애와 충동조절장애, 약물 남용, 기분장애 및 수면장애를 동반한다. 이 때문에 성인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고 진단까지 이어가기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성인이 되고 나서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적지 않다” 며 “특히 국내의 경우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나 인식이 여전히 낮아 어린시절 치료를 놓친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동반질환으로 병원을 내원했다가 ADHD를 진단받는다.
평생 두고 치료 필요
성인 ADHD의 치료는 소아 ADHD와 마찬가지로 약물치료를 1차로 진행한다. 성인이든 아동기든 상관없이 약물의 효과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또 심혈관계, 수면장애, 식욕장애 등의 부작용 발현 정도도 동일한 수준이다. 약물치료는 전문의의 지도하에 처방받아 약물 오남용 및 중독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성인의 경우 생활 습관이나 현재 증상에 따라 치료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특히,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선 기저질환인 ADHD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