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교시설 개방’ 조례안 공방
“생활체육 시설이 부족해 학교를 개방해야 한다.”(생활체육계)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의회 의원회관. 운동장·체육관 등 학교 시설 개방 의무를 강화하는 조례안을 두고 학교·학부모와 시의회·체육계가 맞붙었다.
이날 공청회는 시의회가 조례 수정안을 심사하기 전 학교와 학부모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초등학교 학부모 장정희 씨는 “방과 후나 주말, 학교 운동장을 차지하는 체육 동호회원들 때문에 아이들은 주차장에서 공을 찬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도 운동장이 있는 서울의 926개 초중고교 중 832개 학교(90%), 체육관이 있는 744개 학교 중 518개 학교(70%)가 학교 시설을 축구, 배드민턴 동호회 등에 개방한다. 그런데 음주, 흡연, 고성방가 등이 수시로 일어난다는 것.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 담배꽁초나 술병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데 교사나 학생이 청소를 한다”고 하소연했고, 초등학교 교감 B 씨도 “운동이 끝난 뒤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복날이라고 개고기를 끓여 먹고 뼈다귀를 버리고 가는 경우까지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학교와 학부모들은 “학교 시설 이용료가 비현실적으로 저렴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 체육관 이용료는 1시간에 1만∼2만 원, 운동장은 2만∼4만 원이다. 샤워 시설과 창고 이용료는 한 달에 단 3만 원이다. 김민영 서울 신북초교 교장은 “비현실적인 이용료 때문에 교육활동에 사용돼야 할 학교 운영비가 소수의 체육 시설 이용자들에게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학교 시설 이용에 높은 요금을 매긴다. 프랑스 학교가 시설 이용료로 시간당 10만∼20만 원을 책정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시의회와 체육계는 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의회 강구덕 의원(새누리당)은 “체육인들이 모두 학교에서 음주 흡연 고성방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이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설 이용료에 대해서도 시설을 개방하는 학교와 하지 않는 학교의 전기료 차이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유지곤 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은 “학교 시설 이용은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개방을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학교가 개방을 제한하려면 납득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