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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청와대 ‘보안손님’ 차은택

입력 | 2016-12-07 03:00:00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는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갖은 음모와 술수 끝에 백악관에 입성한 악의 화신 프랭크 언더우드 대통령도 백악관에서는 비밀공간을 찾기 어렵다. 그는 철제계단이 놓인 외진 공간을 아지트 삼아 담배도 피우고 정적을 만나 거래를 시도한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경호원의 눈을 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5일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한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이 최순실 차은택 씨가 청와대 ‘보안손님’이라고 말했다. 보안손님은 대통령 접견인사 중 출입증을 패용하지 않고 별도 출입하는 인사를 뜻하는 경호실 내부 용어다. 그래서 이 차장도 출입기록을 보고받지 못할 수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에 경호실이 협조한 것 아니냐는 질책에 항변하다 의도치 않게 차 씨의 무상 출입을 발설한 셈이다. 최 씨가 관저를 제집처럼 드나든 건 비밀도 아니지만 차 씨는 새롭게 등장했다. 

 ▷차 씨는 사인(私人)인 최 씨와 다르다. 그는 2015년 4월부터 1년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서 문화계를 주물렀고 대통령을 움직여 김종덕 김상률 송성각을 각각 내각 청와대 공공기관에 밀어 넣었다. 공직자 신분으로 여성 대통령의 관저를 드나든 것도 부적절한데 그만둔 뒤에도 출입했다면 황당하다. 대면접촉을 그토록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심야시간대에까지 차 씨를 만났다는 건 분명히 이례적이다.

 ▷평소 차 씨는 대통령을 독대한다고 자랑했다고 한다.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문화를 넘어 국정 전반을 농단한 배경에는 이러한 사적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40일간의 도피생활 끝에 귀국한 지난달 초 “대통령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 있다”면서도 독대는 “정말로 없다”고 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최, 차 씨에게 프리패스를 허용해준 경호실 책임도 무겁다. 오늘 열리는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차 씨가 그나마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