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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모른다”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에 판정패한 의원들

입력 | 2016-12-07 14:26:00


청문회 참석한 김기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2차 청문회의 소득은 전날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처럼 "죄송하다",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집중 타깃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하지만 의원들의 질문이 날카롭지 못한 탓에 김 실장은 "모른다", "죄송하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쏟아진 의혹들을 부인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검사출신으로 '법률 미꾸라지'라고 불릴 만큼 법에 대해 잘 아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의원들의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보고를 받고도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머리 손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의료행위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냐 안 맞았냐 왜 안 물어봤냐고 해서 나는 그런 것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순실의 존재를 정말 몰랐느냐"는 물음에 "(최순실은) 전혀 모른다. (당시에) 차은택 씨를 한 10분간 (만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차 감독이) 뭔가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순실과의 관계를 거듭 추궁당하자 "최순실을 알았다면 뭔가 연락을 하거나 한 통화라도 하지 않았겠냐"며 "검찰 조사하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승마대회 성적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내가 자르라고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교묘한 말솜씨로 여야의원들의 예봉을 비켜가기도 했다. 의원들이 '김영한 비망록'에 기록 돼 있는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집중 추궁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남겨진 세월호 시신 인양 포기를 뜻하는 듯한 메모에 관해 물었지만,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역사 앞에 떳떳하라"며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반성을 많이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역시 "죄송하다"고 답하면서도 "저도 자식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고 하겠나"라며 거듭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의 아들은 교통사고를 당해 수년째 의식불명 상태다.

청문회장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정 농담의 주범으로 지목된 차 씨는 "고영태와 최순실이 2014년 말 싸웠다. 최순실이 고영태 집에 찾아가 고영태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가져나왔다. 이 돈이 서로 본인의 돈이라고 하면서 싸움이 났다. 이후 최순실과 고영태가 따로따로 차은택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 씨는 "차은택에 대해 광고와 관련해 차은택(의 실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최순실에게) 차은택 소개를 잘못했구나 판단했다"고 밝히며 차 씨를 비난했다. 또 "최순실이 2년 전부터 모욕적 언사 사람 취급하지 않아 그때부터 사이가 틀어졌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차 씨도 진실게임을 벌였다. 차 씨는 "최순실이 가보라고 해 김기춘 실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지시였다"고 반박했다.

민병선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