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고영태 폭로… 與의원 “뇌물에 해당”
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선 불참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를 두고 고영태 씨(40)와 차은택 씨(47·구속 기소)가 마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듯 폭로전을 펼쳤다.
포문은 고 씨가 열었다. “운동을 해 욱하는 게 있다”며 시원시원하게 과거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대통령 의상을 100여 벌 제작했고 대통령의 악어가죽 가방은 280만 원을 받았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사실이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으로 일관한 청문회의 다른 증인들과 다른 모습이다.
고 씨의 솔직 화법은 최 씨, 차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5·구속) 등에 대한 헐뜯기로 이어졌다. 그는 “언론에 (최 씨가) 연설문을 수정했다고 말한 내용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 씨가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고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태블릿PC가 최 씨 것이 아니라고 암시했다. 그는 “최 씨는 컴퓨터(PC)로 연설문을 고쳤다”고 말했다. 최 씨가 프로포폴 등 주사제 중독 의혹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질의에 대해 고 씨는 “(최 씨가)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걸 경험한 적이 있다”며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고 씨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살짝 웃으며 “(최 씨의) 수행비서 같았다”고 표현했다. 최 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로부터 뭔가 얻어내려는 모습이 주종관계 같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김 전 차관은)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 같았다”고 설명한 고 씨는 “어, 네네네네, 다 알어, 다 알어”라며 김 전 차관의 성대모사를 하기도 했다.
차 씨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고 씨는 “최 씨가 광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차 씨를) 소개했다”며 “그의 광고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고 소개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작 고 씨는 자신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 씨와의 첫 만남에 대해 “2012년 가방 회사를 운영할 당시 지인에게 최 씨를 소개받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호스트바에서 만났다는 일부 언론의 의혹을 부정한 것이다. TV조선에 제보한 폐쇄회로(CC)TV 설치 시점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고 씨가 직접 태블릿PC를 JTBC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태블릿PC를 처음 받은 기자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말했다.
차 씨도 최 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대해 사실임을 인정했다. 그는 “(최 씨가) 연설문과 관련해 문화창조나 콘텐츠와 관련해 생각을 좀 써 달라고 해서 최 씨에게 써준 적이 있다”며 “그 내용 중 일부가 대통령 연설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만남에 대해 “최 씨가 김 실장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를 전혀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