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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인 정부-정치권이 ‘준조세’ 뿌리뽑을 대책 먼저 내놔야”

입력 | 2016-12-08 03:00:00

정경유착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6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은 정경유착을 끊겠다는 첫 상징적 조치로 풀이된다.

 총수들이 직접 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그룹별로 전경련 탈퇴를 비롯해 대관 업무 공식 중단 등 정경유착의 악습을 끊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전경련 “발전적 해체 모색”

 전경련은 7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총수들의 발언은 전경련의 ‘공중분해’라기보다는 발전적 해체나 대대적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사들의 의견을 빨리 모은 뒤 그 의견을 반영해 쇄신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국내 600여 개 기업 회원사로부터 연간 400억 원가량의 회비를 걷는다. 회원사 중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절반인 200여억 원을 낸다. 회비 문제를 떠나 주요 기업의 탈퇴는 다른 대기업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연구단체)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전날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방안은 전경련과 역할이 다소 겹치는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경련을 흡수 통합하는 방법이다. 전경련이 모델로 삼은 일본 경단련(經團連)도 ‘정경유착’ 논란이 불거진 끝에 2002년 경총과 비슷한 일경련(日經連)과 합쳐지며 ‘발전적 해체’를 한 바 있다.


○ 기업 안팎 시스템 구축이 우선

 전경련 탈퇴로 불붙은 기업들의 정경유착 고리 끊기 노력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준조세 요구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우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관료가 기업 대비 월등한 힘을 갖고 있는 관치국가 형태에선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 정경유착을 완전히 끊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 국조 청문회에서 LG 구 회장은 “다음 정부에서도 돈 내라고 하면 다 낼 것인가”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국회에서 입법해서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기업은 ‘환경의 산물’인 만큼 환경만 바뀌어도 알아서 금방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정경유착은 선진국에도 있는 현상이고, 단기적으로 해결하긴 힘들다”며 “장기적으로 대통령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 전반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윗선의 지시에 따라 공식적인 보고 절차도 없이 정치권에 돈을 내주는 기업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회사 이사회와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허락받은 정당한 기금만 집행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경유착은 아직도 기업 내 자금 출처나 흐름이 불투명하다는 증거”라며 “정치권의 준조세 요구에 대한 기업 내부의 명확한 책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전경련 해체 논의 등이 이웃돕기 성금 등 주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성규·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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