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미래다]
하지만 현재 국내 프로구단은 모두 적자 상태다.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프로야구에서도 각 구단의 적자는 매년 50억∼200억 원이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구단의 최고 과제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었다. 경영 실적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적자는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메웠다. 프로스포츠가 산업으로 출범한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기업 홍보나 이윤의 사회 환원 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로 모기업이 지원금을 줄이면 구단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①넥센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다. 옛 현대 선수단을 받아들여 2008년 재창단한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은 뒤 지금의 이름을 쓰고 있다. 우리담배와 계약했던 2008년에는 우리 히어로즈였다. ②프로축구 K리그 전북은 1999년만 해도 평균 관중이 6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평균 1만678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꾸준하고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덕분이다. 전북 팬들이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단 이름을 ‘넥센 히어로즈’로 바꿨다. 그 대가로 히어로즈는 50억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지난해 재계약 때 2배로 뛰었다. 히어로즈는 야구 전문 기업이다. 모기업이 따로 없으니 여러 기업을 스폰서로 끌어들이기 수월하다.
다만 프로야구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는 여전히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농구와 배구는 모기업의 지원금이 없으면 구단 운영 자체가 힘들 것이란 말도 나온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프로축구 수원, 남자 프로농구 삼성,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에 이어 프로야구 삼성을 인수한 것도 큰 주목을 받았다. 제일기획은 마케팅을 강화해 ‘수익을 내는 구단’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밝혔다.
○ 연고지 밀착 강화해야
폭발적으로 관중이 증가한 데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 선수들의 기량 상승, 감독의 전술 변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연고지 밀착 마케팅의 덕도 컸다. 전북은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의 연고지 밀착 마케팅인 ‘홈타운(Home Town)’을 벤치마킹해 지역 내 초등학생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선수들의 사인회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내년 시즌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하는 안산 시민구단은 일본 J리그의 반포레 고후를 배우기 위해 연수 중이다. 반포레 고후도 연고지 밀착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포레 고후는 2000년 시즌 J리그의 2부인 J2리그에서 26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평균 관중은 600명을 간신히 넘었고, 구단 해체가 거론됐다. 구단은 연고지 밀착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선수들은 지역 곳곳을 다니며 사회공헌 활동을 벌였다. 구단은 지역 기업들을 접촉해 후원을 약속받았다. 이 구단을 후원하는 500여 개의 지역 기업 가운데는 작은 식당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가족 단위의 팬이 경기장을 찾게 됐다.
‘풀뿌리 체육’을 활성화하는 게 프로스포츠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과 일본처럼 유소년 스포츠 시스템을 강화하면 우수한 선수의 풀도 넓어지고, 연고지 팬들과의 교류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