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탄핵안 표결]靑 “대통령, 차분히 대처할것 당부” 가결땐 결과승복-사과 성명 내고 자진퇴진 없이 법리검토 나설듯 부결땐 ‘질서있는 퇴진’ 선택 유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청와대는 차분함과 긴장감이 교차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관저와 청와대 위민관(비서동)을 오가며 참모들과 향후 정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안 표결 하루 전인 2004년 3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후 변론’을 한 것과 대비된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꾸준히 일해 달라” “일희일비하지 말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평온한 심정은 아니겠지만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대응해 온 만큼 국회 표결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질서 있는 퇴진’을 호소할 거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표결 결과가 나오면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결과를 수용하되 자진 퇴진 없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힐 가능성이 높다.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본격적인 법리 투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6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정치권 원로들과 새누리당이 제안했던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을 받아들이며 ‘질서 있는 퇴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임기를 마치겠다는 정면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내년 4월 퇴진 수용 의사를 밝힌 데다 들끓고 있는 민심에 역주행하는 무리한 행보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참모들은 ‘탄핵 이후’에 대해서도 조용히 대비하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서면보고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참모들은 8일 밤늦게까지 주요 과제를 정리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도 경제 상황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현안에 대해 국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비서실이 대통령 권한대행 비서실로 전환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직은 유지되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기본적인 국정 현황은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