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특가 항공권을 잡아라”
“여행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하는 편이에요. 잠은 비행기에서 몰아서 자기 때문에 대형 항공사 비행기를 타도 기내식을 거르고 주문형비디오(VOD) 영상도 제대로 즐겨 본 적 없죠. 비싸게 대형 항공사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필요한 서비스만 선택해서 결제하는 저비용 항공이 훨씬 합리적이죠.”―박윤경 씨(33·주부)
“출장 때 저비용 항공을 애용해요. 항공사가 늘면서 국내 주요 도시나 중국, 일본의 항공편은 30∼4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편성됐거든요. 또 셔틀버스처럼 하루에도 같은 노선을 반복 운영하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있어 일정에 맞는 항공편을 선택하기에 좋습니다.”―박창도 씨(44·회사원)
“예전엔 외국 저비용 항공사의 항공권 예약 사이트를 찾기도 힘들었고 예약 절차도 복잡해 이용이 꺼려졌었어요. 하지만 최근 저비용 항공사 자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여러 저비용 항공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앱이 나와 편해졌죠. 저비용 항공 티켓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합니다.”―이주현 씨(27·회사원)
“저비용 항공이 어느새 대세가 됐죠. 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올해 저비용 항공사의 여객 분담률이 56.7%로 대형 항공사(43.3%)보다 높죠. 2013년만 해도 대형 항공사의 여객 분담률(51.8%)이 저비용 항공사(48.2%)보다 높았는데 요즘 역전된 거죠.”―오영석 씨(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
사투리 방송에 넉넉한 좌석까지
“제주항공을 탄 적이 있어요. 이착륙할 때 승무원이 제주 사투리로 안내했어요. 제주 지역의 관광 명소도 사투리로 알려 주니 듣기 좋았어요. 무슨 내용인지 이해는 잘 못했지만 저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했죠. 대형 항공사를 탈 때 나오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안내를 듣는 것보다 재미있었죠.”―나가와 아사미 씨(23·일본인 관광객)
“한국 저비용 항공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승무원 복장이었어요. 진에어를 탔는데 ‘진(Jean)’의 뜻처럼 승무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있었죠. 가족 여행길이었는데 승무원 복장부터 캐주얼하고 젊은 느낌이라 신났죠. 또 한국 승무원들은 유독 친절하잖아요. 이들이 웃는 모습이 청바지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릴리 센드릭 씨(49·영국인 관광객)
‘미끼’ 이벤트 여전
“작년 겨울 저비용 항공사가 동남아를 왕복 12만 원에 보내 준다는 행사가 떴죠. 가족 여행을 하려 결제 창을 눌렀는데 유류할증료 18만 원을 따로 내야 해 허탈했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 이런 사실은 쏙 빼고 홍보한 거잖아요. 또 특가 할인 티켓은 대부분 환불이나 스케줄 변경이 안 되거나 환불 수수료를 엄청 물어야 하더라고요. ‘미끼용 행사’에 속지 않으려 저비용 항공사의 이벤트를 꺼리게 돼요.”―김상희 씨(28·대학생)
“저비용 항공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지만 안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세요. 저희는 안전신고 포상제를 실시해서 안전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되는 요소를 발견하는 직원에게 포상을 하는 등 고객의 불안을 덜어 드리려 힘쓰고 있어요.”―윤성범 씨(46·티웨이항공 마케팅팀)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국내 저비용 항공사 소비자 만족도를 살펴보면 기내 좌석 선반 등을 평가한 기내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15점으로 가장 낮았어요. 또 위탁 수하물 운송과 같은 고객 혜택에 대한 만족도도 5점 만점에 3.22점으로 낮게 나왔어요.”―여춘엽 씨(41·한국소비자원 서비스비교팀)
지방 공항도 살리나
“저비용 항공사가 성장하면서 일자리도 늘고 있어요. 에어서울과 진에어도 노선 신설과 항공기 도입으로 추가 인력 투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대형 항공사의 이미지나 인재상에 맞지 않아 저비용 항공사를 목표로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죠.”―이창현 씨(30·아이비 승무원 학원 교육사업부)
“국내 저비용 항공사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항공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올해 저비용 항공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7% 커졌습니다. 중국도 저비용 항공 산업이 커지는데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이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면 국내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김계흥 씨(36·국토부 항공정책과)
앞서가는 서비스
“프랑스에서 저비용 항공을 이용했을 때예요. 도시의 메인 공항과는 별개로 저비용 항공사만을 위한 자체 공항이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저비용 항공사인 이지젯은 파리의 메인 공항인 샤를드골공항이 아닌 파리 오를리공항에 착륙하는 거죠.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면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오를리공항 근처인데도 엉뚱하게 샤를드골공항에 내려야만 해서 불편하잖아요. 하지만 저비용 항공을 이용하면 목적지에 맞게 오를리공항에 내릴 수도 있었고 다른 공항보다 한산해서 더 좋았어요.”―박지원 씨(25·대학생)
“외국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했을 때 승무원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당황스러웠어요. 특히 아일랜드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더 심한데 승무원들이 태도가 워낙 자유분방하고 시끌시끌해서 신뢰가 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라이언에어의 그 유쾌한 분위기가 딱 한 번 마음에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무사히 착륙하고 나면 기내에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승무원부터 고객들까지 다같이 축하하는 의식 같은 걸 치렀죠. 수학여행 갔을 때 추억도 생각나고 좋았어요.”―박혜진 씨(26·회사원)
“비행기 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래서 국내 대형 항공사 비행기를 탔을 때도 불안한 마음이 커서 잠만 잤어요. 그런데 미국에서 저비용 항공사인 버진아메리카를 탔을 때는 비행하는 동안 보통 때와 달리 무척 편안했습니다. 안내 방송도 아기자기하게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 놓고 내부 조명도 보라색, 빨간색 등으로 해서 마치 술집 같았죠. 일반적인 항공기 내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안락한 분위기 때문에 비행기 공포증도 잊고 기내 서비스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송유빈 씨(25·대학생)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