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탈당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연합하여 2004년 3월 12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던 반면, 오늘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문제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표결된다. 2004년에는 국회의 탄핵소추에 국민이 촛불 들고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탄핵을 미루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이 압력을 가함으로써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내릴 경우의 파장이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야 3당 외에 여당 내의 비박(非朴)계 의원이 다수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며, 만일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에 폭발하게 될 국민적 분노를 감당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면, 국민이 촛불 대신 무엇을 들고 거리로 나서게 될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경우 그동안 언론 보도와 검찰의 공소장에서 적시된 혐의들이 증거를 통해 확인될 경우에는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할 정도의 중대한 불법으로, 탄핵 요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탄핵심판 중에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는지,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언제쯤 결정을 내릴지, 심판 도중에 임기를 마치는 재판관들의 결원은 어떻게 보충될지 등이다.
우선 대통령은 탄핵심판 중에도 사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헌법학계 다수 의견이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에서 임명권자의 피소추자 사직원 접수 및 해임을 금지하고 있으나, 대통령의 경우 별도의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에 사임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국회법의 취지가 탄핵 결정의 법적 효과를 우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사임하더라도 탄핵 심판은 계속되고,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근거하여 전직 대통령의 예우 등은 받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고,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장기화시키지 않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최대한 빨리 내려져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당시에도 주 2회씩 7회의 변론을 열어 65일 만에 심판 절차를 마치고 기각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번 사건의 경우도 같은 방식의 집중 심리가 필요할 것이다. 혐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건이 복잡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든 혐의를 확인할 필요는 없으며 일부 혐의의 확인만으로도 탄핵 결정을 내리는 데 충분한 ‘중대한 불법’을 인정한다면 바로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결정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내년 1월 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3월 중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후 결원의 보충과 관련하여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된다. 권한대행은 현상유지적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볼 때, 헌법재판관의 결원 보충이 헌법재판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권도 행사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