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贊 234-反 56 압도적 가결… 헌정사상 두번째 민심 압박에 與서도 최소 62명 찬성… 野 “국민의 승리” 황교안총리가 권한대행… 朴대통령 “부덕-불찰로 혼란 송구”
박 대통령의 직무는 이날 오후 7시 3분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는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건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되면 박 대통령은 임기 중 탄핵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된다.
‘12·9 탄핵안 가결’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 비주류는 물론이고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까지 비선 실세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결과다. 탄핵안 찬성 비율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친박계도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계와 비주류는 당 쇄신을 두고 더 치열한 내전(內戰)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여권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로 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정치권 전체가 급속히 ‘대선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황 권한대행이 이날 오후 8시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와 국민이 하루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요청한 것도 조기 대선 레이스로 인한 정치 불안정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지면 국민의 분노는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권한대행은 탄핵안 가결 직후인 오후 4시 25분 가장 먼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군은 비상한 각오로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날 저녁 긴급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잇달아 열어 권한대행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가결 직후 가진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제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면서도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즉각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