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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의원도 상당수 탄핵 동참… 예상 훌쩍 뛰어넘은 찬성표

입력 | 2016-12-10 03:00:00

[촛불의 탄핵]朴대통령 직무정지
국회 본회의 70분만에 가결




  ‘최순실 게이트’가 46일간 대한민국을 혼란 속으로 빠뜨렸지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는 7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표결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찬성 234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일부도 ‘탄핵 찬성’ 대열에 가세한 결과다.


○ 새누리당에서 최소 62표 찬성

 야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이 172명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에서만 최소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날 오전 비주류 진영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참석 의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찬성표가 33명이었다. 그동안 비주류 진영은 35∼40표가 새누리당에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표결에서는 중립 혹은 친박계 의원 20여 명이 더 동조를 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초·재선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한 게 압도적 가결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결에 앞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경대수 신보라 이철규 이현재 홍철호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고영태 차은택 씨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을 동급이라고 하고 친박계가 표결 전에 (탄핵 반대 압력에) 나선 것이 ‘중간 지대’에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탄핵 찬성표 비율도 비슷하게 나오며 ‘촛불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찬성 234표는 전체 299표의 78.3%로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의 탄핵 찬성 비율(81%)에 육박한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여론이 78.2%였다.

 이날 ‘무효표’는 모두 7표였다. 감표위원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가(可·찬성)’로 쓴 뒤 동그라미를 치거나 점을 찍은 사람, ‘가’와 ‘부(否·반대)’를 동시에 쓴 사람도 있었다”며 “‘부’에 해당하는 무효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심정적으로 탄핵에 찬성을 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생각해 기권 의사를 나타냈거나 찬성으로 ‘표결 인증샷’을 촬영한 뒤 무효표를 만든 흔적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기권표’를 던진 2명은 투표용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의 숫자 배열이 ‘234567’이라는 묘한 조합을 이룬 것을 놓고도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왔다.


○ 70분간의 조용한 탄핵

 이날 표결과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같은 여야 간의 몸싸움이나 욕설, 통곡은 없었다.

 개표가 끝날 무렵에는 감표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손으로 가결을 암시하는 ‘오케이(OK)’ 표시를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손가락으로 234표를 뜻하는 ‘2’, ‘3’, ‘4’를 차례로 수신호로 보냈다. 이를 지켜본 박지원 원내대표는 가슴을 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마음이 무겁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방청석의 세월호 유가족 50여 명은 “국회의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박근혜 즉시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표결에는 여야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최 의원은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며 “탄핵은 결코 끝이 아니다. 더 큰 폭풍우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탄핵에 반대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탄핵 인증샷’을 실제 공개한 의원은 없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가결된 만큼 불필요하고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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