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탄핵]朴대통령 직무정지 국무위원 간담회서 눈물 비쳐
9일 오후 7시 3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청와대에 전달되면서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긴 칩거에 들어갔고 청와대에는 깊은 적막이 흘렀다.
이날 오후 5시 열린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때때로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약 5분간 이어진 공개발언에서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최근의 일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과제들까지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정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 달라”고 내각에 당부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취임 이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온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정책이 좌초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국회 탄핵안 표결에서 예상 밖으로 많은 찬성표가 나오자 침통한 분위기였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공무원 임면권을 비롯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일절 행사할 수 없고 국무회의 주재 등 국정 관련 업무도 중단된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신분은 유지되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은 변함없이 제공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관저에서 주로 머물며 본격적인 법리 투쟁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야권의 ‘즉각 하야’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