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탄핵]朴대통령 직무정지 비박 “새집 지어야” 분당 갈림길… 비상시국회의 11일 당 쇄신책 논의 친박 “탄핵파 싸워서 몰아내겠다” …이정현 “당내 수습” 즉각사퇴 거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는 ‘최후의 혈투’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진영이 여권 내 주류 교체와 분당(分黨)의 갈림길에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탄핵안 표결 결과 여당 찬성표(최소 62표)는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참석 의원 수(이날 기준 33명)를 훌쩍 넘었다. 친박계의 균열이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친박계는 향후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되며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한 폐족(廢族)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영남권 3선인 이철우 의원은 “앞으로 친박계가 살아있다고 하면 어불성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 지도부는 이날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안 가결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고, 제가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도 “당 조직에 공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하고 나서 (사퇴를 약속한) 21일 이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1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이정현 체제’를 지켜 비주류의 탈당을 유도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이미 양 진영 간 감정의 골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과 어떻게 당을 같이할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 치열하게 싸워서 몰아내겠다”고 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 직후 김무성 전 대표의 손에는 ‘인적청산’ ‘현실적으로 불가능’ ‘탈당’ 등 논의 내용이 적힌 메모가 포착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