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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 비밀 누설-비선 인사 농단… ‘헌법 준수’ 의무 저버려

입력 | 2016-12-10 03:00:00

[촛불의 탄핵]朴대통령 직무정지
국격 무너뜨린 朴대통령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지키겠다는 취임 선서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렸다.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사건에서 사실상 ‘주범’ 격으로 암약해 국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실망만 안겼다.

 박 대통령이 ‘자금책’ 최 씨와 ‘행동대장’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 등과 함께 벌인 국정 농단은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탄핵 요건을 충족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통령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그간의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 공무상 비밀 누설…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 위배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을 비롯한 장차관급 인선 자료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까지 민간인 신분인 최 씨와 돌려 봤다. 최 씨는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 47건을 포함해 총 180건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에게서 받아 봤다. ‘비선 실세’ 최 씨는 단순히 문건을 받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에게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게 하고 대통령이 언급할 메시지까지 전달했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최 씨에게 넘겨 사유화(私有化)하고 결과적으로 국기를 문란하게 했다. 헌법 제1조는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대통령 등 모든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밝히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위임받지 않은 사인(私人)인 최 씨에게 임의로 권력 행사를 위임한 것 자체가 대의제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 비선 인사 농단…직업공무원 제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위배

 박 대통령은 최 씨와 그의 측근이 추천하는 인사를 대거 임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2차관(55·구속)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10월 임명된 후 올해 10월 사퇴할 때까지 최 씨의 이권 장악을 도왔다. 최 씨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씨도 국회 청문회에서 “(최 씨가) 김종 전 차관에게 뭔가를 계속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을) 수행비서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순실-박근혜 공동 정권’이었던 셈이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을 통해서 장차관 등 정부의 주요 공직자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은 정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공무원 제도를 흔들고,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어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많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직업공무원 제도에 반하고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도 위반하는 것”이라며 “법률 위반과 별개로 헌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이 사안으로도 탄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지난해 7월 24, 25일 현대자동차그룹, 삼성그룹 등 7개 그룹 회장들과 독대한 자리에서 문화·체육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데 적극 지원해 달라고 한 것도 탄핵 사유가 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고,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지도 수사를 벌여 특검에 넘겼다.

 특검이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뇌물 혐의를 밝혀낼 경우 헌재에서 탄핵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 행위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탄핵 사유라고 판단했다.


○ 언론 탄압…헌법상 언론의 자유 위배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언론 탄압을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 9월 중순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보도하자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은 사회를 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발언했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 유출 보도를 한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은 국기 문란”이라고 언론을 겨냥했다. 청와대가 세계일보 사주에게 조한규 당시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세계일보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헌재가 판단한다면 탄핵 사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기 때문이다.


○ 세월호 부실 대응…헌법 10조 생명권 보장에 위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국민들의 분노가 가장 큰 이슈다. 박 대통령이 부임 이후 비선 의료진을 통해 미용 시술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을 키웠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90분간 올림머리를 손질하느라 세월호 사건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와대는 “당일 미용사 2명이 오후 3시 20분경부터 1시간 정도 청와대에 머물렀고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분이다”라고 해명했지만 나머지 시간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혐의를 두고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만 따지지 않는다. 헌재는 법률적인 측면 외에도 정치, 사회적인 여러 측면을 두루 고려해 판단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에 다시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소추 사유들이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해야 한다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배석준 eulius@donga.com·박훈상·정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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