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크의 두 번째 법칙은 무한의 우주에 도전하는 인류의 굽힘 없는 의지를 가리킨다. 그 밑바탕에는 선의(善意)가 깔려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선의로 출발한 법과 제도가 항상 해피엔딩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좋은 의도가 현실을 이기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의 학생들이 의사가 되게 하자는 의전원이 공대와 자연대를 황폐화시키는 부작용만 낳았다. 결국 2013년부터 대부분의 의전원이 의대로 되돌아가 내년에는 5개만 남는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부패를 막아야 한다는 선의에서 나왔다. 하지만 9월 말 시행 이후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시행 두 달간 매출이 20% 넘게 줄었고, 연말 특수가 실종됐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취업면접에 다녀오느라 수업을 거르면 여지없이 결석으로 처리된다. 제도의 선의와 해묵은 관행의 일대 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