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탄핵]朴대통령 직무정지 ‘축제의 장’ 된 국회포위 현장
9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박근혜 체포" "탄핵하라" 등을 외치던 시위의 현장은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승리했다"를 거듭 외치며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서로 껴안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면서도 망가진 경제와 사회 전반에 대해 "이제는 평정심을 찾아야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날 오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회 본회의 표결 전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시민 1만여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5500명)은 국회 정문 앞 인도를 채우며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일부 참가자는 '박근혜 구속'이라는 피켓을 들고 국회 담장을 둘러싸며 국회를 포위했다. 오후 7시부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3000여 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500여 명)이 모여 국회의 탄핵 결정을 환영하는 행사를 가졌다.
공무원 김모 씨(56)는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리더에게는 권한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법이다.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국민들이 예전보다 정치적으로 성숙해졌고 민주주의 시민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교사 김모 씨(52·여)는 "가결되었다는 희열과 동시에 걱정도 밀려온다"며 "촛불 민심이 정치권에 이용되지 않고 모처럼 살아난 주권자들의 감시 태세가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안 부결을 촉구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50여 명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 없는 탄핵을 반대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7차 주말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동시에 '시민 승리의 날'을 자축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퇴진행동은 지난주 '즉각 퇴진'에서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로 집회 주제를 바꿨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박 대통령은 바로 하야해야 한다는 의미다.
퇴진행동은 매회 청와대에 근접했던 행진을 이번에도 효자치안센터(청와대에서 100m 지점)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곳은 법원의 결정으로 지난주 처음으로 집회와 행진 장소로 개방된 곳이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주 일부 참가자가 법원의 허용시간을 넘겨 집회를 계속했다"며 불허했다. 이에 퇴진행동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주 연속 이 지점까지의 행진과 집회가 열리게 됐다.
앞으로 열릴 주말 촛불집회는 대통령 퇴진촉구 투쟁과 문화행사가 한데 어우러질 전망이다. 퇴진행동은 대통령 탄핵과는 별개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공기업 성과연봉제, 한일 위안부 합의 및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공공부문 민영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정책 재검토·폐기도 주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