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계속 통영에 사실 건가요?” 서울을 떠나 통영에서 산 지 7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자주 듣는 질문이다. 통영이나 서울 사람들도 질문은 비슷하다. 통영에 뼈를 묻을 것인지 심각하게 묻는 이들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어떤 사람들처럼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알지 못한다. 우리가 통영에서 살게 될 것도 몰랐는데 앞으로의 인생을 어찌 장담한단 말인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라지만 우리 부부는 노후의 삶을 이야기할 때마다 어느 곳에서 살게 될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통영에 살면서 다른 지역의 삶에 대한 기대감도 생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도시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종종 다른 꿈을 꾸기도 한다.
몇 주 전, 출장을 마치고 통영으로 돌아오던 길에 우리는 갑자기 핸들을 틀어 하룻밤 여행에 나섰다. 목적지는 경주. 그곳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된 분들은 모두 거기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출생지도 제각각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었다. 책방을 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한의원을 하거나. 그들에게 경주의 삶은 어떤 것인지, 왜 경주를 선택했는지 물었다.
우리가 지역에서 살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그런 것일 게다. 큰 욕심 부리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거짓을 말하고,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 맡겨진 힘을 악용해 사욕을 채우는 그런 삶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없음을 일찌감치 알아버렸다는 것. 평생 허망한 욕심만 좇는 사람들 덕분에 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마저 위태로운 날들이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날들이 오겠지. 그렇게 믿으면서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또 살아간다.
―정은영
※필자(43)는 서울에서 광고회사, 잡지사를 거쳐 콘텐츠 기획사를 운영하다 경남 통영으로 이주해 출판사 ‘남해의봄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