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둘째 주 美 FOMC 메시지 촉각… 불안한 투자자들 CMA 등에 몰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파는 크지 않았다. 그동안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정치 불확실성의 ‘뇌관’이 어느 정도 제거됐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미국의 금리 결정이 코앞으로 닥쳐 금융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미국 금리 인상 등 대형 변수가 불거질 때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9일(현지 시간) 미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전날보다 5.5원 오른 1168.8원에 마감했다. 10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금리는 2.63%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탄핵안 표결 결과가 나온 뒤 처음 열린 역외 시장에서 탄핵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425%포인트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만큼 12일 개장하는 국내 금융시장도 탄핵의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당장 13, 14일(현지 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체는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FOMC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가 나오면 시장은 예상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대출(5년 혼합형)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41.3∼45.8%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보다 평균 0.5%포인트 정도 금리가 더 높지만 지난달 들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낀 대출자들이 금리가 높더라도 변동성이 작은 고정금리 상품을 찾는 것이다.
CMA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금융상품도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일 현재 CMA와 MMF 잔액은 약 173조 원에 이른다. CMA 잔액은 이달 6일 53조285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부동자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