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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지진과 원자력발전

입력 | 2016-12-12 03:00:00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절차에 따라 승인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까지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주 지진은 5.8 규모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값인 최대기반가속도 기준 0.2∼0.3g(규모 약 6.5∼7.0)에 미치지 않으며, 실제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월성1∼4호기의 경우는 수동 정지 기준인 지진 분석값 0.1g 수준이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동 정지한 것이지 지진에 의한 사고로 정지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지진에 비해 강도가 높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견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매우 걱정스럽게 지켜본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는 당시 모든 원전이 큰 피해 없이 견뎌냈으나 이어 발생한 강력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원전이 침수 및 손상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내진설계 범위를 초과하는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정상적으로 안전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이어 몰려 온 쓰나미로 인해 외부 전력망으로부터의 전력 공급이 두절됐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이 중단돼 잔열을 제거할 수 없게 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원전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56건의 안전 개선 항목을 마련하고 현재 해안방벽 증축, 지진자동정지설비 설치, 이동형 발전기 배치 등의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

 그럼에도 지진이 나면 무조건 원전이 위험해진다는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런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과 이후 한국이 취했던 대응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하고, 필요하다면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 건설 중인 원전도 내진설계 요건에 맞게 차질 없이 건설해야 할 것이다.
 
 자칫 막연한 불안과 지나치게 과장된 위험 때문에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장기적으로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원전 건설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10여 년이 소요되는 장기 공사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부족한 전력 수급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지난해 7월 확정 공고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최대 전력 수요를 8461만 kW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8월 12일 전력 수요는 사상 최고치인 8518만 kW를 기록했으며 예비전력은 722만 kW(예비력 8.5%)로 비상경보 발령 수준인 500만 kW에 근접했다.

 이처럼 발전소 건설 규모를 결정하는 최대 전력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미세먼지 억제 대책으로 노후 화력 10기가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현재로서는 높은 공급 가격과 낮은 에너지 효율 및 부지 확보 곤란 등으로 대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수원은 계획된 건설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안전한 원전을 건설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 원전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자세 전환도 요구된다.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