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해외여행이나 원예… 도시형 온천 테마파크, 디자인 카페, 고급 삼각김밥과 같은 위로형 상품도 히트했다. 특히 후자는 저성장 생활에 찌든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조그마한 사치로 자신을 달램에 따라 나타난 히트상품들이기도 하다.―‘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전략: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김현철·다산북스·2016년) 》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한국에선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했다. 경제적 능력도 없으면서 한 잔에 5000원을 육박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를 비하하는 말이다. 당시 5000원이면 서울 도심의 웬만한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16년, 이제 스타벅스 마시면 된장녀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의 프랜차이즈 카페 소비가 일상이 됐다. 아직까지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저성장의 시대가 계속된다면 이런 소비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게 다 일본이 이미 거쳐 온 현상이다. 이제 일본에선 스타벅스가 문을 닫거나 술을 판매하고, 값싸고 친근한 동네 단골 카페들이 살아남았다.” 지난달 만난 한 대기업 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최근 국내 최고 일본 전문가이자 저성장 연구자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자주 임원 대상 강연에 초대한다고 했다.
한국의 위기를 일본형(形)으로 점치는 이도, 남미형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도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은 일본식 관치경제 모델을 그대로 밟아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수 경제의 기초 체급과 성장 속도다. 유례없을 정도로 급속 성장한 만큼 소비절벽, 저성장 국면에도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이 책에는 김 교수가 성장기와 저성장기 일본을 목격하고 현지 기업들을 자문해주며 얻은 교훈이 빼곡하다. 그는 한국이 일본의 ‘데자뷔’를 겪고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제조 대기업이 계열 유통을 주도하며 끌어가던 시대가 끝나고, 소비자 입맛에 발 빠르게 맞춤하는 유통기업이 제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한국 경제의 향방을 점쳐 보고 싶은 독자나 저성장 국면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