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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5일만에 900만마리 도살처분

입력 | 2016-12-12 03:00:00

급속 확산에 역대최악 피해 우려




출입통제 11일 국내 최대 오리산지인 전남 나주시의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주에서는 총 3건이 의심신고돼 2건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발생 한 달도 안 돼 닭과 오리 1000만 마리가 도살처분될 상황에 처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AI가 역대 최악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계란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돼 벌써부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까지 전국에서 902만2600마리의 닭과 오리가 도살처분됐다.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군과 전남 해남군 농가에서 처음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25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13일까지 예정된 도살처분 대상을 합치면 100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에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도살처분됐던 것을 감안하면 피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정부는 대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주말 비상근무자를 지정하고 아직 AI가 발생하지 않은 영남권 43개 시군을 중심으로 방역 현장을 점검했다. 12일에는 전국적인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 발동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용상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영남지역 농가에서는 아직 AI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AI가 빠르게 확산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바이러스가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는 “(올해 발생한 H5N6 바이러스는) 2014년의 H5N8형 바이러스보다 병원성과 치사율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서상희 충남대 독감바이러스연구소장은 “야생 조류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방역을 서둘렀으면 전국적 확산은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AI로 산란종계(알 낳는 닭의 종자) 전체 사육 마릿수의 35.4%가 도살처분돼 계란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량이 줄자 계란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이마트에 따르면 대표 계란상품인 알찬란30구의 가격은 8일부터 6280원으로 올랐다. 1주 전의 5980원보다 300원(약 5%) 높은 가격이다. 다른 대형마트들의 계란 가격도 비슷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AI가 발생하면 공급량과 함께 수요도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공급량이 감소했어도 수요는 줄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산란계가 68주 동안 계란을 낳을 수 있게 한 기존 생산주령을 100주로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반면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꺼리면서 매출이 일제히 줄었다. 이마트에 서 이달 1∼8일 닭고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떨어졌다. 올해 1∼11월 지난해보다 6.1% 늘어났던 닭고기 매출 성장세가 AI로 꺾인 것이다. 1∼11월 전년보다 16% 증가했던 오리고기 매출도 12월 1∼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하락했다. 농식품부는 닭고기와 오리고기 소비 진작을 위해 12월에 할인행사를 열기로 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한우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