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국정 리더십 어떻게]12일 여야3당 원내대표 조율 나서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컨트롤타워의 한 축은 국회여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기존의 당정청 정책협의 체제에서 국회와 정부의 협의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협의체 구성에 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식 언급은 아직 없지만 홀로 국정을 운영할 동력이 부족해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계파 간 주도권 경쟁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새 지도부 옹립에 애를 먹고 있어 협의체 구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禹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 거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1일 일단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안정을 위해 ‘황교안 체제’를 묵인하지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헌법 질서를 지키면서 법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2야(野)의 파트너가 될 새 지도부를 새누리당이 쉽게 정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여당을 빼놓은 협의체를 정부가 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은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라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 그렇다면 국정 혼란이 오지 않겠는가”라며 친박 진영을 압박했다.
사실상 공백인 경제 컨트롤타워를 협의체 구성보다 먼저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안 전 대표는 “경제부총리를 다음 주에 정하자”며 “민주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공존하는 혼란상 해소를 위한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우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다. 12월 임시국회 일정 조율과 협의체 구성, 민생·경제·국방·외교안보 등의 현안 선정 등과 함께 경제부총리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野, 박근혜표 정책 뒤집자?
야당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롯데와 땅(부지)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 5월 전 (사드) 배치는 무리”라고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시한부 과도정부’ 체제에서 기존 정책 뒤집기를 무리하게 밀고 나간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정 교과서 문제는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거세기 때문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황 권한대행이 국정 교과서 집행을 고수하고, 이에 반발한 야권이 ‘황교안 탄핵’ 카드를 꺼낸다면 또 다른 국정 혼란이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4·19’ 이후 이승만 대통령 장기 집권에서 쌓였던 모든 불만이 분출했고 혼란이 온 결과는 5·16쿠데타였다”고 과도한 정책 뒤집기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