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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시급한데 野는 견제 ‘황교안의 딜레마’

입력 | 2016-12-12 03:00:00

[탄핵 가결 이후/국정 리더십 어떻게]靑비서실 보좌 수위 결론 못내
주요 정책은 국회와 협의 불가피… 공석인 법무장관 후임 인선 미지수




합참 찾은 황교안 대행 “작은 개미구멍이 둑 무너뜨릴 수 있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앞줄 가운데)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앞줄 오른쪽)과 함께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부터 황 권한대행은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는 등 안보 상황 점검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 챙기기 행보에 나섰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황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지만 야당의 견제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황 권한대행은 11일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맡은 이후 첫 현장 일정으로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황 권한대행은 “작은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북한이 우리 국내 상황을 오판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군이 경계를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전날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경제를 위한 특단의 시스템을 보완해서 강구해 달라”며 “대내외 불안이 과도한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그동안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정부세종청사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주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 머무를 예정이다. 총리실도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국·실장급 인사들이 서울로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총리실 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비서실의 보좌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는 총리실보다 전문성이 있는 대통령비서실의 적극적인 보좌가 필수적이다.

 2004년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을 때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최소한의 보좌만 받았다. 당시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고 권한대행에게 ‘주 1회 청와대에 와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용하지 않았고, 회의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고, 탄핵 심판 기간도 63일로 짧아 무리가 없었다. 반면 이번에는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고 심리 기간도 길어질 수 있어 2004년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과 강석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0일 황 권한대행을 예방해 청와대와 총리실의 업무분장 관련 논의를 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은 12, 13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에게서 주요 과제에 대한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통신망을 권한대행 집무실로 연결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당이 황 권한대행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그동안 황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쪽으로 선회하긴 했지만 현 청와대와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잠재적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황 권한대행을 미리 견제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이 고위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공석이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도 애매한 상황이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내년 1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3월 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후임 임명을 강행한다면 신임 재판관들의 탄핵심판 참가 여부와 탄핵 결정 효력이 문제될 수 있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황 권한대행이 특별검사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이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한 행정적 업무는 청와대에서 보좌를 받되 인사나 주요 정책 방향은 국회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신동진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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