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꿈을 향해, 평창의 결실을 향해
11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부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김보름. 이번 시즌 김보름은 월드컵 4개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수집했다. 동아일보DB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김보름(23·강원도청)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김보름은 11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부 매스스타트에서 8분31초73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1,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던 김보름은 월드컵 랭킹 포인트에서 340점으로 이바니 블롱댕(캐나다·308점)을 제치고 1위가 됐다.
김보름은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는 이승훈(28·대한항공)의 판박이다. 쇼트트랙 선수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갈아탄 이승훈의 성공 신화를 보고 김보름은 쇼트트랙 링크를 떠났다. 2007년 아시아 주니어 쇼트트랙 2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이후 벽에 부딪혀 성장이 멈췄던 김보름이 스케이트화를 바꿔 신은 것은 2010년이었다. 그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체대 선배인 이승훈이 1만 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보고 미련 없이 전향한 것.
“무의식적으로 빈틈이 보이면 몸이 움직인다”고 말하는 김보름에 대해 고교 시절부터 김보름을 지도했던 김용수 전 대표팀 코치(40)는 “경기 중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속도를 높였다 낮추는 매스스타트의 특성을 지구력이 강한 보름이가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코치는 “국제대회에서는 유럽 선수들의 견제가 심한데 김보름은 작전 플레이의 수행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에서 김보름과 금메달을 다툴 상대로는 월드컵 1, 3차 대회 우승자인 블롱댕과 3차 대회 준우승자인 다카기 나나(일본)가 꼽힌다. 빙상 강국인 네덜란드 선수들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보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이후 성적이 잘 나오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승훈은 이날 남자부 매스스타트에서 8분05초94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대회에서 금메달,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각각 땄던 이승훈은 4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랭킹 포인트에서 262점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안드레아 조반니니(이탈리아·190점)와는 72점 차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