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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대통령 권한대행의 임기

입력 | 2016-12-12 03:00:00


 “나 하와이에서 잠시 쉬고 아이크가 오기 전에 돌아오겠소.” 1960년 4·19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5월 29일 김포공항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아이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애칭이다.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19일 미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하와이로 떠날 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고 말았다.

 ▷이 전 대통령이 조기 귀국 의지를 피력한 상대방은 허정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두 8명 있었다. 허정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 차례 지낸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부통령과 총리가 공석이어서 외무부 장관이던 그가 대행이 됐다. 이어 대행이 된 곽상훈 민의원 의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6일 만에 그만두자 국무총리였던 그가 대행을 다시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의 비밀 망명을 주선했던 허 대행은 독재자를 빼돌렸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백낙준 참의원 의장은 초단기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제2공화국의 내각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기 전 참의원 의장 자격으로 5일간 대행을 했다. 반면에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도 장기 집권했다. 동아일보 과거 기사 기준으로 1962년 3월 24일부터 이듬해 12월 16일까지 633일간 대행으로 있었다. 이 기간에 그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했고 통화개혁도 실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얼마나 오래 할지는 알 수 없다. 최규하 대행의 41일을 넘길지, 고건 대행의 63일을 넘어설지, 허정 대행의 1·2차 합산 99일을 초과할지는 헌법재판소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그는 대선까지 관리하며 ‘장기’ 권한대행이 될 수 있다. 그가 성공한 권한대행으로 남으려면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국회의 도움을 받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