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이 조기 귀국 의지를 피력한 상대방은 허정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우리 헌정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두 8명 있었다. 허정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 차례 지낸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부통령과 총리가 공석이어서 외무부 장관이던 그가 대행이 됐다. 이어 대행이 된 곽상훈 민의원 의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6일 만에 그만두자 국무총리였던 그가 대행을 다시 맡았다. 이 전 대통령의 비밀 망명을 주선했던 허 대행은 독재자를 빼돌렸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백낙준 참의원 의장은 초단기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제2공화국의 내각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선출하기 전 참의원 의장 자격으로 5일간 대행을 했다. 반면에 5·16군사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도 장기 집권했다. 동아일보 과거 기사 기준으로 1962년 3월 24일부터 이듬해 12월 16일까지 633일간 대행으로 있었다. 이 기간에 그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했고 통화개혁도 실시했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