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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에선 남자프로농구에 비해 지역방어 빈도가 높은 편이다. 여자선수들의 특성상 순간적 움직임을 통해 지역방어를 깰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는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이상 은퇴) 등 노련한 베테랑들이 은퇴하면서 지역방어의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44) 감독은 “존(지역방어)은 패스가 좋은 선수에게는 취약하다.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같은 베테랑들은 경험도 많고 패스가 좋아 존을 잘 깬다. 베테랑들의 은퇴는 아무래도 상대 수비를 깨는 데 있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자농구선수들은 대부분 고교를 졸업하면서 프로에 입성한다. 기량이 무르익기 전에 프로에 몸담는 데다, 중·고교 시절 지역방어의 목적과 요령을 모른 채 주입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지역방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결국 상대의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선 프로 지도자들의 세밀한 지도가 필수적이다. 감독이 상대의 지역방어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구단은 상대가 지역방어를 꺼내들 때마다 득점정체현상을 겪곤 한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오프시즌 내내 준비해온 1-3-1 지역방어에서만큼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정팀을 상대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3-1 지역방어는 양쪽 코너와 롱패스에 취약하다. 그러나 하이포스트(자유투라인 부근)에 서 패스를 고집하다 낭패를 보는 팀들이 있다. 하이포스트에선 짧은 패스만 나오기 마련이다. 양쪽 날개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게 스크린을 걸어 베이스라인 컷인을 노리는 것도 좋은 공략법이지만, 스크린 한 번 제대로 걸지 못하는 팀도 있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지역방어 격파 방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KEB하나은행은 지역방어를 가장 잘 깨는 팀 중 하나다. 5일 경기에선 신한은행이 1-3-1 지역방어를 내놓기 무섭게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갔다. KEB하나은행 이환우(44)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지역방어 공략 시의 움직임에 대한 이유는 물론, 스크린이나 스텝 방향까지 짚어준다. 이 감독대행은 “처음에는 패턴이 있었는데, 지금은 선수들이 상대 존을 아주 잘 깨서 기본적 약속만 해놓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수들이 잘 이해해줬다. 지금은 상대의 지역방어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감독이 공부하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감독이 지역방어를 못 깨면 선수도 못 깬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