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한 달도 안 돼 닭·오리 1000만 마리 이상을 도살 처분하면서 사상 최악의 AI 사태가 우려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AI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AI 대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일제 소독을 다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군과 전남 해남군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 26일 만이다.
가금류 도살 처분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붓고도 원점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은 정부의 굼뜬 대처 때문이다. AI 의심신고를 받고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틀이나 지나서야 관련 회의를 열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가 “초기 강력한 방역대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것은 발생 2주가 지난 뒤였다. 일본에서 아오모리 현의 AI 확진 당일인 11월 28일 밤 아베 신조 총리가 철저한 방역을 지시하고, 다음 날 오전 4시 아오모리 현 직원과 자위대가 농가 현장에 출동해 방역작업을 했으며, 오전 9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과 대조적이다. 전국 단위의 이동중지명령은 이번에 세 번째지만 허가 없이 움직여 고발된 사례가 10건에 이를 정도로 정책 신뢰도는 바닥이다.
지난해 발병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AI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니다. 과학계는 AI 확산의 주범이 야생철새라는 점을 밝혀냈고 정부는 방역체계 개선책도 내놓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7일 ‘총리-부총리 협의회’에서 다른 사안과 함께 AI를 언급하며 선제적이고 광범위한 방역 대책을 지시했는데도 왜 현장에선 철저히 이행되지 못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