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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의 家臣’ 자처하는 친박, 지금이 봉건시대인가

입력 | 2016-12-13 00:00:00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며 “계파를 떠나 국가적 대의를 좇는 책임 있는 공인의 자세를 견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비박(비박근혜)계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를 압박한 것이다.

 친박이 국록을 먹는 정치인이라면 민심과 국회로부터 심판받은 박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 자숙(自肅)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친박 이장우 최고위원은 어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박계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향해 “부모형제 내친 패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집 대들보까지 뽑겠다는 것”이라며 탈당을 요구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주장을 했다. 헌법을 위배한 박 대통령을 헌정 질서에 따라 탄핵 소추한 것을 인륜을 저버린 행위로 모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친박은 새누리당을 공당(公黨) 아닌 박 대통령의 사당(私黨)으로 보고 의원들을 가신(家臣)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였다. 친박 의원들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믿는다면 그들 역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군을 부모처럼 모시면서 ‘권력 카르텔’ 내부의 형님 아우님끼리 이권을 챙기는 것이 전근대적 가산제(家産制) 정치다. 이런 수구적, 봉건적 사고방식의 친박계가 오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계파 모임을 출범시킨들 혁신이 될 것 같지 않다. 정권 재창출은 포기한 채 박 대통령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오죽하면 비박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이 대표와 서청원 최경환 이장우 조원진 홍문종 윤상현 김진태 의원(무순)을 ‘최순실의 남자들’ ‘친박 8적’으로 규정하고 출당(黜黨)을 주장했겠는가.

 박 대통령이 드러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 여야는 새해부터 국회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친박과 비박이 445억 원(작년 말 기준)의 당 재산 때문에 서로 “네가 나가라”며 싸우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성공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나라 경제와 안보를 걱정하는 보수층은 지금 마음 둘 곳이 없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보수 정당의 새로운 모습이 나와야 한다. 친박과 비박이 도저히 동거하기 어렵다면 아예 딴살림을 차리고 선거에서 선택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인은 가고 오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보수적 가치를 지키는 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