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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의 오늘과 내일]“대통령 없어도 경제 끄떡없다”

입력 | 2016-12-13 03:00:00


박현진 산업부장

 올 연말은 유독 춥다. ‘이런 연말이 또 있었을까’ 하는 시장 상인의 탄식은 과장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정국이 격랑으로 치달으며 모든 분야가 꽁꽁 얼어붙었다. 올 4분기 성장률이 0%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되레 낙관적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점치고 있다.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다. 여기에 15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강력한 경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말인 10일 ‘바람’을 맞은 일만 봐도 그렇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양대 노총 위원장에게 면담 요청을 했지만 두 위원장은 보이콧했다. 표면적으로는 노동개혁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 부총리를 경제사령탑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일부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 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팀 수장의 영(令)이 설 리가 만무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자.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상반된 풍경이 펼쳐졌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헌재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경제는 내가 책임진다”고 선언했다. 500자도 되지 않은 성명이었지만 경제 주체들에겐 강렬한 메시지였다. 그는 훗날 회고록에서 “대통령이 없어도 경제는 끄떡없다”고 외치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그 나름의 ‘오버액션’이었다. 약 2개월의 대행체제 기간에 경제는 오히려 나아졌다고 한다.

 두 장면의 차이점을 경제사령탑의 역량과 자질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안보와 행정, 이헌재 부총리는 경제를 각각 책임지는 투톱 체제에 대해서 별 이견이 없었다. 반면 지금은 권한대행 체제에 정치권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대신 3당 여야 원내대표가 ‘여야정(與野政)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12일 합의했다. ‘협치’라는 이름으로 국회가 국정 운영에 참여하는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거꾸로 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맡겨둘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황 권한대행 스스로도 경제팀 수장을 결정할 수 없음을 인정한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처음 열린 국정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 유일호 경제팀이 책임감을 갖고 일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 언론이 이를 ‘유일호 경제팀 유임’이라고 보도하자 국무총리실은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그렇다면 협의체가 되었든 국회가 되었든 경제사령탑이 누구인지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또 얼마나 정치권의 동상이몽과 힘겨루기가 이어질까 벌써 걱정이다. 최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누가 (한일 간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 내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없어 협상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재계에서는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못한 채 정부와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다.

 경제사령탑의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앞으로 시간과의 싸움에서 패한다면 경제 회복에는 몇 배나 더 큰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없어도 경제는 끄떡없다”는 말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경제 주체들이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게는 해줘야 하지 않은가.

박현진 산업부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