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그레고어 콘작 독일 출신 서울대 국제대학원 재학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두 문화의 차이를 보여줄 때 효과적인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 역시 매년 겨울 이맘때면 독일의 어떤 것들이 몹시 그리워진다.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아주 좋아했다. 날씨가 아무리 매섭게 추워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동안의 기대가 앞으로 다가올 즐거움의 씨앗을 마음속에 마구 뿌렸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4주 전부터 시즌이 시작하고 이것을 ‘아드벤트’라 부른다. 정확히 4주 전 일요일, 올해는 11월 27일이 독일의 아드벤트가 시작된 날이다. 물론 유럽의 여러 나라 역시 다양한 방식의 크리스마스 관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의 고향 바이에른 지역의 아드벤트가 그립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가족이나 친구들처럼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부푼 기대와 행복으로 가득 찬다. 당연히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와 흥분은 아이들이 가장 클 것이다. 그래서 독일의 부모들은 조급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탕이 들어 있는 24개의 주머니나 박스를 매달아 만든 달력을 벽에 걸어 놓는다.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날을 가리키기 위해서다. 나 역시 어릴 적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달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오늘은 또 어떤 사탕이 들어 있나 확인하기 위해 온갖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박스를 열어보고 사탕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인들은 ‘플레지엔’이라고 하는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 것을 즐긴다. 가정마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쿠키를 굽기 때문에 그 모양, 질감, 맛이 아주 다양하다. 독일의 가족들이 일요일마다 아드벤트 화환을 식탁 가운데에 놓고 둘러 앉아 양초에 불을 붙이며 함께 과자를 먹는 모습을 쉽게 머릿속으로 그려 볼 수 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가족 중심의 축제이고, 서로 부둥켜안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도 그립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제품들을 살 수 있는 이 시장은 독일 내 각 도시의 광장에 세워지는데 여기서 다양한 음식 등을 판매한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크리스마스 와인이다. 레드와인을 냄비에 붓고 허브와 꿀, 그리고 귤이나 오렌지 등을 함께 넣어 60도 정도에서 데워 마시면 된다. 서울에 살면서 고향의 가족들이 그리울 때면 나는 와인을 사서 직접 만들어 마시곤 했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때면 독일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올 크리스마스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보내게 된다. 많은 한국의 친구들은 크리스마스에 주로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고 말한다. 나도 이번에는 한국 스타일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 한다.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좋아하는 것만큼 분명 즐거울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