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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 사유 모두 살펴봐야” 절차 지키며 빠르게 진행

입력 | 2016-12-13 03:00:00

[탄핵 가결 이후]헌재 첫 평의
12월 넷째주 탄핵심판 준비 본격 착수




 

출근하는 재판관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기 위한 첫 재판관회의가 열린 12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첫번째 줄 왼쪽부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주심 강일원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이날 회의에서는 해외 출장 중인 김이수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8명이 참석해 향후 심리 절차 등을 논의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스1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심리하면서 변론 전 준비절차를 열기로 한 것은 현직 대통령 탄핵이란 중대 사안을 ‘신속’하고도 ‘완결적’으로 처리하려는 고심의 결과물이다. 사건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변론 전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헌법재판관을 이례적으로 3명이나 지정하기로 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첫 평의(評議)가 열린 12일 헌재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평의에는 페루 헌법재판소를 방문 중인 김이수 재판관(63·사법연수원 9기)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참석했다.


○ 헌법재판관 3명이 준비절차 진행

 

헌재는 16일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를 받은 후 2, 3번의 준비절차를 헌재 소심판정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준비절차에서는 국회 소추위원이자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측과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출석해 주요 쟁점들을 서로 다투며 정리한다. 헌법재판소법 3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이어서 양 당사자 주장을 듣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별도의 준비절차 없이 바로 변론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준비절차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중요 사건에서 준비절차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헌재는 주심 재판관 등 3명의 재판관이 준비절차를 담당했다. 당시 두 차례 열렸던 준비절차에서 재판관들이 정부와 통진당 측 대리인의 주장을 듣고 통진당 해산 쟁점 등을 미리 정리했다. 또 정당해산심판에서 준용해야 하는 법을 두고 다툼이 벌어져 이 자리에서 민사소송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기도 했다.


○ 헌재 “모든 소추 사유 심리해야”

 헌재는 탄핵심판 소추 사유 가운데 일부 중요한 사유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 않는다고 이날 밝혔다. 심리 절차에서 신속성은 유지하되 절차적 정의를 위해 소추 사유는 모두 따져 보겠다는 취지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는 헌재에 들어오면 탄핵심판 청구서가 된다. 탄핵심판에는 형사 절차로 진행되므로 헌재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탄핵 사유를 모두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특히 헌재법상 탄핵심판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헌재가 직권으로 개별 소추 사유를 선별해 심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해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법 원칙이다.

 학계 등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론을 최대한 빨리 내기 위해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에 담긴 사유를 보지 않고 중요 사안 위주로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 등 측근에게 공무상 비밀 문건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가 헌법 1조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해 탄핵 사유가 되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유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법적으로 선별 심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선별 심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목적을 앞세워 절차적 정의를 훼손한다는 설명이었다.

 헌재는 또 국회와 법무부에 각각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는 국회와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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