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불수능.’ 난도(難度)가 매우 높은 수능을 비난하는 말이다. 거꾸로 ‘물수능’은 난도가 너무 낮은 수능을 말한다. 더 쉬운 ‘맹물 수능’도 있다. 모두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올라 있다.
그런데 사전의 뜻풀이가 이상하다. 불수능을 ‘난이도가 너무 높은’ 시험이라고, 물수능을 ‘난이도가 아주 낮은’ 시험이라고 해놓았다. 난이도(難易度)를 난도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얼토당토않다.
수험생들은 요즘 수능 점수를 어떤 조합으로 하는 게 유리한지를 놓고 고심 중일 것이다. 내로라하는 입시학원의 족집게 전문가에게 상담이 밀려드는 이유다.
족집게는 어떤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해 내거나 잘 알아맞히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데 많은 이가 발음에 이끌려 ‘쪽집게’ ‘쪽찝게’라고 한다. 주꾸미를 쭈꾸미로, 졸병을 쫄병으로, 족두리를 쪽두리로 발음하듯이. 습관적으로 된소리를 쓰게 되지만, 표기까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내로라하다’는 ‘나이로라’가 줄어든 ‘내로라’에 ‘하다’가 붙은 말이다.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는 뜻이다. 흔히 ‘내노라하다’로 쓰는 이가 많은데, 잘못이다.
올 수능에도 부정행위로 귀가 조치된 사례가 몇 건 있었다. 어머니가 실수로 수험생의 도시락 가방 속에 본인의 휴대전화를 넣었고, 이게 울리면서 퇴실 처리된 학생의 사연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커닝페이퍼를 뜻하는 우리말이 있는 걸 아시는지. ‘방망이’다. 도깨비방망이, 빨랫방망이라고 할 때의 방망이가 아닌 ‘종이로 만든’ 방망이다. 사전을 들춰보라. ‘시험을 치를 때에 부정행위를 하기 위하여 글씨를 잘게 쓴 작은 종이쪽지’를 이른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낱말은 박제가 된 지 오래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