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경제정책 어디로
탄핵 정국과 미국 금리인상 전망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제팀은 조만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제컨트롤타워 공백이 길어지면서 기존의 정책을 표현만 바꿔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하루라도 빨리 경제컨트롤타워 논란을 끝내고 경제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유일호 유임론’ 힘 실리나
만약 경제컨트롤타워를 둘러싼 정치권의 교통정리가 이뤄진다면 경제팀은 우선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겠지만 이번 국회의 결정이 한국 신용등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가계소비와 기업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내수 경기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컨트롤타워가 리더십을 갖게 되면 경제심리도 자연스레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선 경제팀에 인사권을 포함해 전권을 주고 일을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위기 극복 정책수단 마땅치 않아
경제팀은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경제 현안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산적한 경제현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3일(현지 시간)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이미 시장에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지만 한국의 금리,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에 연쇄적으로 전방위적 파급 효과를 미치는 대형 이슈다.
일각에서는 최근 여러 사안에 대한 현 경제팀의 초기 대응이 예상 가능한 수준에 그친 이유를 외부와의 소통 부족에서 찾기도 한다.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 경제팀의 소통 부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 부총리가 공식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4월 19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유 부총리의 일방적인 대국민 담화는 몇 차례 있었지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언론이나 전문가 집단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정부의 재정 및 통화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성장률 수출 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특단의 정책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차기 대선까지 최장 8개월 남짓이 주어진 ‘시한부 경제팀’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도 상반기(1∼6월) 추가경정예산을 선제적으로 편성하는 데에는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선 ‘실효성은 없고 가계부채만 키운다’는 반론이 거세다. 올해 처리가 무산된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내년에도 처리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 수립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도 안 되는 단기적 안목으로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