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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국무장관… 트럼프 “완벽한 선택” NYT “잘못된 선택”

입력 | 2016-12-14 03:00:00

푸틴과 17년지기 엑손모빌 틸러슨CEO 지명 파격인선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국무장관으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13일 성명을 통해 “틸러슨은 끈기는 물론이고 지정학에 대한 넓은 경험과 깊은 이해를 갖췄다”며 “국무장관으로 완벽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EO 시절 사업 파트너였던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전력이 드러나 의회 인준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는 “틸러슨의 경력은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노력과 헌신, 그리고 똑똑한 협상 기술로 엑손모빌의 CEO 자리까지 올랐다”고 틸러슨을 칭찬했다. 틸러슨이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75년 엔지니어로 엑손모빌에 입사해 CEO 자리까지 오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틸러슨은 입사 후 41년간 한 번도 엑손모빌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공직 경험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석유회사 수장(首長)으로 러시아는 물론이고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지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틸러슨이 해외 사정에 문외한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 미국의 외교를 책임지는 사령탑을 하기엔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틸러슨은 엑손모빌 사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판했을 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2013년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틸러슨 지명 소식에 푸틴 측은 “무게 있는 인사”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잘못된 국무장관 선택’이라는 제목의 12일 사설에서 틸러슨의 친(親)러 성향은 물론이고 엑손모빌이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와 독자적인 석유 협상을 체결해 미국의 공식 외교정책을 어겼던 전력을 거론하며 “(틸러슨의) 모든 결정과 행동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다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도 없는 논란을 낳을 가능성이 높은 국무장관 지명을 통해 행정부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국무부 부장관으로 강경파 존 볼턴까지 지명된다면 경험이 부족한 틸러슨의 업무를 볼턴이 상당 부분 부담하게 돼 “위험한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틸러슨의 러시아 유착 의혹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인준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전 KGB 요원(푸틴)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틸러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틸러슨과 푸틴 대통령의 친분에 “우려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WP는 이들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 최소 4명이 틸러슨 지명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석수 52명은 인준을 위해 필요한 과반 찬성을 확신하기엔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그리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과거 공화당 행정부에서 외교 안보를 담당했던 주요 인사들은 틸러슨 지명을 환영했다. 게이츠는 틸러슨을 트럼프에게 천거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알려졌고 석유회사 셰브론에서 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라이스는 틸러슨의 최종 지명 결정을 앞두고 12일 트럼프와 전화통화를 했다.

 한편 NBC 방송은 전날 트럼프와 면담을 나눈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에너지장관으로 지명될 전망이라고 13일 보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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