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17년지기 엑손모빌 틸러슨CEO 지명 파격인선 논란
하지만 그의 공직 경험 부족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석유회사 수장(首長)으로 러시아는 물론이고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지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틸러슨이 해외 사정에 문외한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 미국의 외교를 책임지는 사령탑을 하기엔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틸러슨은 엑손모빌 사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판했을 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2013년 러시아 정부 훈장인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틸러슨 지명 소식에 푸틴 측은 “무게 있는 인사”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틸러슨의 러시아 유착 의혹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인준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전 KGB 요원(푸틴)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틸러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도 틸러슨과 푸틴 대통령의 친분에 “우려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WP는 이들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 최소 4명이 틸러슨 지명에 적극 찬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화당 의석수 52명은 인준을 위해 필요한 과반 찬성을 확신하기엔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그리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과거 공화당 행정부에서 외교 안보를 담당했던 주요 인사들은 틸러슨 지명을 환영했다. 게이츠는 틸러슨을 트럼프에게 천거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알려졌고 석유회사 셰브론에서 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라이스는 틸러슨의 최종 지명 결정을 앞두고 12일 트럼프와 전화통화를 했다.
한편 NBC 방송은 전날 트럼프와 면담을 나눈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에너지장관으로 지명될 전망이라고 13일 보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