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어제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대표로부터 넥슨 주식 1만 주 등 9억5000여 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챙긴 이익과 직무 사이의 관련성 내지 대가성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구형한 130억7000여 만 원의 추징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 내사 사건을 종결하면서 처남 회사가 대한항공의 일감을 받도록 한 혐의와 공직자재산등록 때 재산 상태를 숨기려 타인 명의로 금융 거래를 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진 전 검사장이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이 뇌물인지 여부다. 그는 이를 넥슨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해 12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검찰은 공짜 주식을 뇌물로 보고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오래전부터 친밀하게 지낸 사이로 ‘친구지간의 호의와 배려’라는 진 전 검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과거 ‘벤츠 여검사’ 사건 때 해당 검사와 변호사가 내연 관계였다는 것을 인정해 금품수수를 무죄로 한 것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때는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며 ‘포괄적 뇌물죄’ 판례를 정립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뇌물죄로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을 때도 법원은 그가 법률안을 심의하는 차관회의 참석자라는 이유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했다. 기업에서 뒷돈을 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게도 뇌물죄가 적용됐다. 이에 비춰 보면 법원이 진 전 검사장의 경우 직무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했다는 의구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