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집 나선 미용원장, 취재진 뒤따르자 50분 곡예운전 끝 靑 부속건물로 與관계자 “朴대통령 탄핵심판 대비 법률쪽 사람들 관저서 수시로 접촉” 변호사 고사에 변호인단 구성 난항… 靑 “아직 명단 받은 건 없다”
박근혜 대통령 전속 미용사인 T헤어숍 정모 원장의 ‘대통령비서실 표준근로계약서’. 정 원장은 13일 청와대로 출근하는 등 최근에도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맡고 있었다. 황영철 의원실 제공
정 원장의 차는 따라붙는 취재차량을 떨쳐내려는 듯 출근길 차량이 붐비기 시작한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급히 바꾸거나 시속 100km 이상으로 과속하며 곡예운전을 했다. 서울 방향으로 50여 분을 달려 정 원장이 도착한 곳은 청와대 정문에서 약 400m 떨어진 청와대 수송대. 경호원과 경찰이 지키는 건물 입구에서 내린 그는 얼굴을 가린 채 출입증을 찍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정 원장은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뒤에도 평소처럼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청와대로 출근한 것으로 보인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은 국군통수권 및 공무원 임면권 행사, 국무회의 주재 등 국정을 수행할 수 없지만 신분은 유지되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은 그대로 제공된다. 머리 손질은 의전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과 관저에서 만나거나 통화하며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요즘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법률 쪽 사람들을 만나 탄핵심판 및 특검 수사와 관련해 주로 상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 원장의 청와대행(行)은 16일까지 헌재에 제출해야 하는 답변서를 준비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만나기 전에 머리를 손질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 대응할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명단을 받은 게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2004년 3월 탄핵안 가결 직후 노무현 대통령 측이 사흘 만에 ‘호화 대리인단’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초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던 검찰 출신 H, L 변호사는 막판에 합류 의사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사임하면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본인이 거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구인난을 겪는 까닭은 헌재가 결국 파면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들이 역사적인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참여해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이득보다는 잃을 게 많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신나리 기자·최주현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