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뛰어난 재능에도 번번이 부상에 눈물… 올 강화유리로 거듭나며 130경기 출전
타율 0.346, 23홈런, 101타점 활약… 4위 손아섭 10표차로 따돌리고 수상
“시상식 안오려 했는데… 정말 좋아”

김주찬은 모든 감독이 ‘만져 보고 싶어 하는’ 선수였다. 팀에 감독이 새로 올 때마다 어떤 감독은 그를 ‘제2의 이종범’으로 키우겠다고 했고, 또 어떤 감독은 ‘제2의 이승엽’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만큼 기본 바탕이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결실을 맺으려고 할 때마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유리 몸’이라고 불렀다.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걸핏하면 다친다는 의미였다. 올해 김주찬은 ‘강화유리’로 거듭나면서 역대 개인 최다인 130경기에 출전했다. 내구력을 갖춘 김주찬은 확실히 달랐다. 그는 올해 타율 0.346, 23홈런, 101타점으로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올 시즌 최고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한 성적이었다.
김주찬이 ‘황금 장갑’을 차지한 건 데뷔한 지 17년 만에 처음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선수는 없었다. 팀 동료가 된 최형우(33)가 “이미 몇 번 받은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김주찬은 골든글러브와 인연이 없었다.
김주찬은 시상식이 끝난 뒤 “정말 받을 줄 몰랐다. 진짜 (시상식에) 안 오려고 했다. 그래도 받으니까 기분은 정말 좋다”며 “(외야수 수상자 세 명 중)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려서 더 당황했다. 그래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미처 부모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못 했다. 부모님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골든글러브를 탔으니 (한국시리즈) 우승이 선수 생활 마지막 목표로 남았다.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해) ‘가을야구’가 너무 아쉽게 끝났는데 내년에는 꼭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안 다치는 게 일단 첫 목표”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투수, 포수, 유격수,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자 4명을 배출하며 최다 수상 팀이 됐다. 양의지(29)는 3년 연속 포수 부문 황금 장갑을 차지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임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