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도가 새겨진 연하장은 서랍에 넣어두고, 올해 연하장을 보내고 싶은 이름들을 깨끗한 종이에 적어보았다. 책을 내면 늘 그랬듯 지난여름에도 K 선생께 보내드렸다. 작고하신 지 2년이 되었으므로 이번에는 사모님 성함으로. 그 후 사모님께서 건필하라는 편지와 K 선생의 유고 비평집을 보내주신 적이 있다. 늦은 답장을 연하장으로 대신해도 될까. 가을에 회갑 기념 산문집과 엽서를 보내주신 선생님, 이 코너를 읽으시고는 지식과 정보를 쌓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인문학, 자연과학 책을 우편으로 보내주신 분, 그리고 일 때문에 올해 처음 만났지만 친구로 지내고 싶어진 이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올해는 지난해보다 연하장을 몇 장 더 사야 할 것 같다.
‘연하(年賀): 새해를 축하함.’
이진명 시인의 ‘카드 한 장’이라는 시를 찾아 읽는다. ‘나도 카드 한 장 정성스레 부칠 데는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새해 인사 하고픈 사람 있을 것이다. 단 한 장의 카드 살 때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다리 아픈 고생 끝에 아름다운 카드 하나 골라 쥐었을 때 번지던 기쁨. 올 12월에는 거기로 새해 카드를 보내자.’
아무리 게을러도 올해는 먼저 보내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거나, 건강과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는 상투적인 글귀가 가장 빛나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연하. 미리, 모두에게 새해를 축하함!
조경란소설가